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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복산

서문섭 2018. 5. 5. 11:13

별 그리 높지 않는
내가 소싯적에 오르내리던 산
청미래 넝쿨가시 덮어진 곳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산나물들이
아침이슬 양껏 머금어
은은한 향기 뿜어대곤 했었지

*솔개그늘 밑
막 태어난 아기의 꽉 쥔 손
펼 랑 말 랑
마음이 넉넉하고 푸짐한데
철리 달리던 전설의 준마가
발길 잠시 멈추고
이것들을 뜯었으리라

취나물과 산 마늘
어린 고개 숙인 햇고사리
연한줄기 한 마디씩 끊어다가
양 볼 미어지도록
맛의 궁합 맞혀가며 즐기던 일 

아카시아 피는 마복산 줄기 너머
남해바다에서 건져 올린 
각종 해산물이 올라오면
산해진미의 풍만한 맛
이보다 더할 수 있었을까

세월이 지나가도 변함 없는
나의 입맛은 늘 고향을 닮았다

 * 아주 작게 지는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