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편(修正篇) 34

숨어계신 하나님 수정편- -ㅇ

어디계신지 찾아 헤매었는데 어둔 밤 지새우고 알았습니다 당신은 작은 풀잎 반짝이는 이슬 속에 있었습니다 길가에 무심히 피어있는 꽃을 보고 나는 알았습니다 당신의 아름다움 꽃잎향기 속에 있었습니다 그윽한 미소 행복한 모습 보고 그에게서 당신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한 번도 변치 않고 약속을 지키는 해와 달을 보고 거기에 당신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너무 작아 볼 수 없고 너무 커 볼 수 없는 그 모습 보이시려 사람의 형상으로 나타내신 영광 우리를 구하시려 십자가에 숨어계신 하나님 사람들은 어둠속에서 당신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여수에서 고흥으로

여수에서 고흥으로 잇는 해상교량 개통 답사를 가다 부산도시철도 교대 8 번역 출구 한양아파트 앞에서 출발하여 하멜이 머물렀던 전시관 거북선을 만들었다는 여수 선소 여수반도와 고흥반도를 잇는 화양대교 조발대교 둔벙대교 낭도대교 적금대교 팔영대교 그리고 월정리 해안방풍림 신비의 바닷가 우도를 보다 여수에서 고흥까지 하루의 일탈로 오늘을 만끽한다

기다림--ㅇ

비 내리는 날이면 빗물 되어 오시는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약속도 기약도 안 했지만 가을이 오면 오시리라 믿고 오늘을 기다렸습니다 보고픔 그 하나만으로 말없이 기다려 온 당신의 향기는 그리움의 간절함 뿐이지만 행여 잊지는 않을까 내 안에 꼭 가둔 채 당신을 기다립니다 기다림의 고독은 때론 슬픔이기도 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고통을 멈추고 빗소리에 귀 기울여봅니다 행여 당신의 발자국소리 놓칠까 봐

등대-o

등대 보고 싶은 그 뉘 있어 파도 소리 들으며 섰는가 숱한 밤 잠들지 못하고 험한 파도 맞고 서있는가 굽이굽이 파도 넘어 길 만드는 시광視光 물길은 끊임없이 닫히려 하고 밤이 궁창인데 그리운 사람 부르며 떠난 뱃고동 소리 일렁이고 짝 잃은 백구白鳩 한 마리는 눈물 젖는 바다에 섧다 어디선가 들리는 듯한 외침 더러는 고요한 세상 꿈꾸며 달려가는 구원의 자맥질 물결 위 열리는 하늘길에 오늘 밤은 별들이 내려와 불꽃을 피운다

다산 초당의 꽃

다산 초당의 꽃 *만덕산 꽃향기 오래다 하여녹차밭 품고 오르니농부 손등 핏줄처럼얽혀버린 나무뿌리같이얽히고설킨 사연 듣고 가라며발걸음 더디게 하네한양 천리 밖 땅끝 내려와푸른 바다 마음에 담고솔바람에 귀 씻으며임 그려 초당에 앉아날마다 밤마다 꽃씨를 심었네주군의 눈 가리고마당만 넓히려는 어지러운 세상잘 사는 정원 만들자고버려도 버림받지 않으며가두어도 갇힘이 없이꽃가지에 열린 목민심서방방곡곡 우리 가슴 깊숙이그 향기 옛 슬픔 달래주네 *만덕산- 다산 정약용이 초당을 짓고목민심서 외 600권의 책을 저술한 강진에 있는 산

해운대 바닷가에서

해운대 바닷가를 거닐다 보면 탁 트인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피곤한 몸 잠겨진 가슴에서 쌓인 스트레스 하나씩 풀려나가고 너울대는 물결 속에서는 희망의 빛줄기 건져 올린다 깔때기 파라솔 아래 죽살이 하는 아우성소리, 떼 절로 밀려드는 포말 부딪는 소리, 나는 잠시 벤치에 앉아 하이든의 *천지창조를 듣는다 *하이든이 만든 오라토리오

호숫가에서

물가에 앉아 돌멩이 하나 던지면소리와 함께 흔들리는 호수찢어진 가슴 움켜쥐고아무 일 아닌 체 깊숙이 묻는다무거운 나를 내려놓을 때는물이 되어준 그대 마음세상 헤매는 동안에도움직일 줄 모르고 그 자리에 있다아침 태양이 떠올라물결위에 손잡아 춤추고고요한 석양에도황금빛 추억 되새겨본들조용히 내일 기다리라는산山이 들어있어 기암이요별星 스미어있어 깊숙하다언제나 하늘 품고 있는 고단한 숨결 땀 흘리고 있을 적수면에 일렁이는 바람영혼을 어루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