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비 꽃대를 흔드는 바람
백 등꽃 사월의 담장 밖으로 주르륵 꽃 타래 흘러내리고 은방울 소리 낭랑히 들리는 그 남자의 꽃 대궐을 열면 오죽 댓 닢 푸르름 아래 사랑하던 식솔들 다 떠나보내고 혼자 꽃 보며 사는 재미로 쉬는 날엔 밖을 모른다는 꽃 주인은 늘 행복한 표정이다 다달이 다른 얼굴 탄생화 재미난 요정의 꽃 이야기 세상 꽃이란 꽃들 다 모여 저마다 트는 꽃자리에서 휴지처럼 꾸겨진 꽃봉오리가 첫날밤 새색시 족두리 머리 떨잠 나비 잠 떨리며 핀단다 그 꽃 중에 으뜸인 보랏빛 미스 킴 라일락은 정원 가득 계절 향기로 그윽하고 하늘 나는 매 발톱 푸른 눈초리, 이 땅의 순박하고 착한 이름 동이나물, 으아 으아한 연둣빛 큰 으아리, 그 잎을 만지면 허브향이 나는 허브꽃, 화려한 꽃 고명 장식으로 비빔밥에 얹히기도 하는 철학적인 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