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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스산한 바다

서문섭 2019. 9. 13. 09:52

누구나 시인이 되는 그 곳 겨울 바다
겨울이 한창인 스산한 바닷가를 거닐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고즈넉한 듯 황량하고 쓸쓸한 듯 평온한 바다가 홀로 거기에 있습니다.
무리를 잃고 외떨어진 늙은 물새가 안식을 찾아 날아들고 
한여름 이글거리던 햇빛도 아득한 심연 속으로 잠겨듭니다.
혹여, 여러분 시인이 되고 싶습니까?
겨울바다에 서면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한 번 그렇게 해 보십시오
바다는 기억을 지우지만 동시에 사색을 깨웁니다.
어느 시인은 세상 끝닿을 때 없다고 느껴질 때는 바다에 가보라고 했습니다.
연일 운전에 지쳐 있는데 설운 편견의 마음까지 달랠 길 없다면...
"파도야 어쪄란 말이드냐" 
난들 그러고 싶어 그러겠느냐?
하고 애꿎은 바다를 향해 속 시원히 원망도 흘려보내 보십시오.
그리고 열악한 환경으로 부터의 응어리도 말입니다
해마다 이별의 눈물이 더해져 대동강 물이 마를 날이 없듯 
누군가의 하염없는 눈물이 녹아 바다는 싱거울 날이 없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숨 막히게 살았습니다. 
지척에 바다를 두고도 바다를 잊고 살았는지 모릅니다.
바다는 우리의 희한과 원망까지도 한없이 포용해주는 마음의 어머니이자, 
깃들이고 싶은 안식처입니다.
겨울에 찾아간 바다는 한층 아름답고 신비롭습니다. 
공기 중에 바다 냄새도 한결 선명합니다.
쓸쓸함에 사무치고픈 이 계절, 
잃어버렸던 가슴속 바다 한 조각을 찾아 스산한 바닷가를 거닐어 보지 않으렵니까?
바다는 소년을 부르고 또 시인을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