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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음식점에서

서문섭 2019. 9. 13. 10:30


힘들고 배고프던 시절
깨어있는 젊음의 피는 세상을 원망했다
돼지우리 위에서 힘 한 번 한껏 주던 때
우리들은 그곳의 백성이었기에
마음 쓰린 창피와 부끄러움을 치러야 했었다
보리떡 개떡으로 배를 채우던 어릴 적
우리아버지 심(힘)들어 하시는 모습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었지
가난이 발목을 흔들었기에
한 달에 한 번씩 큰 상을 받듯
그래도 아침은 든든히 먹어야 했던
어쩐지 고봉사발 보리밥으로 미각을 느끼며
소스라치게도 기폭을 흔드는 일이였든가
그도 복이라고 고구마로 아침 지난 점심을 먹으며
시간 모른 생명을 수리(守理) 하였다,
우리아버지 막걸리 몇 사발 이내 들이키신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간섭을 늘어놓았다

아부지! ,
속도 안 좋으면서 웬 술을 그리 많이 드신다요?
그러면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음~ 나둬 부러라
나가 이 낙으로 살고
느그들 잘나가는 재미로 살제"

다음날 되면 어김없이 새벽 일찍 일어나
아직은 젊다하시며 쓰린 속 부여안고
아닌 척 애 쓰신다

"아부지요!
요즈음은 통닭이란 것이 그야말로 유행이라 하든디
한 마리 시켜서 술안주로 드셔 보시제 그라요?
그러다 속 다 버리겄다"

시간의 흐름 뒤편 통닭 한 마리 시키는 것은
어쩌면 하늘의 별 따오는 것보다
더 어려웠을 것이었으리

우리 아버지 육 남 무녀를 혼자 탯줄 끊으셨단다
가난 바람이 들어 고공살이로 전전했고
여느 봄날이면 몇 달에 한 번씩
삼신할미 손에 이끌려 고향에 씨를 뿌렸을까
고달픔이 눈물에 타버린 아버지의 젊음도
원망이나 설움 북두칠성에 못 다 묻고 나선
육 형제 자식농사로 시절을 태우면서
속으로 붉은 울음 토한 비정한 운명이 아니였든가
젊음 돌보지 않고 홀로 아리랑에 춤추시다가
절룩다리 절며 설움 지탱하시더니
마침내 자식농사 짓던 중
어느 자식인가
시인의 꽃 피워 내시고는
14년 전 폭서에 눈물 말리시고
하늘에 가신 우리 아버지
지금도 통닭 좋아 하실란가 모르겄네

튀김하며 양념통닭이 그리웠던 시절
그 시절이 있었기에 그립기도 하던 차
초 복, 중 복, 말복에 즈음한 입맛 떨어질 쯤
더위에 걸 맞는 삼계탕 집을 찾아가
복날을 즐겨 보기로 한다

어느새 중복이 지났다
어디냐고 묻지 말고 그냥 따라만 오면 좋겠다
내가 사는 곳이 어딘 지 알면 알아서 찾을 일이다
미리 이르겠지만 이집은 소문난 집이다
줄서는 집이라서 혹시 물어물어 찾고자 하거든
일찍 서드르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대기표를 받아들고 기다리는데
족히 3~40분은 걸려야 할 셈이다
대충 줄 선 사람을 셈 해 보니 5~60면 정도는 된다

이 집 삼계탕은 담백하다
그냥 삼계탕 맛은 깔끔하고 고전적이다
전복삼계탕도 있는데
지금 철에 한창 물이 오른 전복을 넣은 모양이다,
그 외에도 반 계탕이라는 게 있다
양이 많아 반을 시켜 먹는 사람들을 위해서란다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과 양이 적은 사람들이 즐겨 시킨단다
한방 삼계탕은
이 집에서 직접 달인 각종 약초 액을 넣는다는데
진한 약초 맛이 우러나 그 맛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그란해도 요즘 몸이 좀 부실한 것 같았는데
필자에게 어울린 건 바로 한방 삼계탕이 딱이지,,,뭐

더위로 지친 날
가까운 삼계탕 집에 들러
이열치열에 삼계탕 한 그릇을 하시든지
시원한 얼음 동동 띄워 차갑게 즐길 수 있는
삼계국수로 하시든지,,,

아참!
대추는 건져 내버리지 말아야 할 일이다
대추 단맛이 위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으니 말이올시다
아이구 배불러

아부지요!
나만 묵어서 미안해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