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는데
화단에 모로 누워 있는
소주병 하나를 보았다
꽃댕강나무 가지에 몸을 숨긴 채
억지 잠이라도 청한 것일까
제 몸 가눌 곳조차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그는
분명 쓰레기 봉지를 이탈했거나
제 속 훔쳐 간 누군가에 의해
버림받았을 것이다
한 번쯤,
어느 심장에 강하게 박혔을
그러다 헐렁해진 마음에서 뽑혔을
생각은 깊고 가슴은 뜨겁다
홀로 설 수 없는 땅바닥에서
노숙자처럼 달빛 포개고 누웠다
알 수 없는 저것의 행방
빈 껍데기의 설움을 아는가
제 갈 길 찾지 못한 술병 하나
중얼거리는 소리 알 듯 말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