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그리 높잖은 산
내가 소싯적에 오르내리던 곳
청미래 넝쿨가시 덮어진 곳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산나물들이
아침이슬 양껏 머금어
은은한 향기 뿜어대곤 했었지
*솔개그늘 밑
막 태어난 아기의 꽉 쥔 손같이
펼 랑 말 랑
마음이 넉넉하고도 푸짐한데
철리 달리던 전설의 준마가
발길을 잠시 멈추고
이것들 뜯었으리라
취나물과 산 마늘
어린 고개 숙인 햇고사리
연한 줄기 한 마디씩 끊어다가
양 볼 미어지도록
맛의 궁합 맞혀가며 즐기던 일
마복산 줄기 너머 아카시아 필 적
남해에서 금방 건져 올린
여러 종의 해산물들이 올라오면
산해진미 풍만한 맛
이보다 더할 수 있었을까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는
나의 입맛이야
늘 고향을 닮았지
* 아주 작게 지는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