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 5집

마복산 5

서문섭 2021. 1. 17. 14:08

별 그리 높잖은 산

내가 소싯적에 오르내리던 곳

청미래 넝쿨가시 덮어진 곳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산나물들이

아침이슬 양껏 머금어

은은한 향기 뿜어대곤 했었지

*솔개그늘 밑

막 태어난 아기의 꽉 쥔 손같이

펼 랑 말 랑

마음이 넉넉하고도 푸짐한데

철리 달리던 전설의 준마가

발길을 잠시 멈추고

이것들 뜯었으리라

취나물과 산 마늘

어린 고개 숙인 햇고사리

연한 줄기 한 마디씩 끊어다가

양 볼 미어지도록

맛의 궁합 맞혀가며 즐기던 일

마복산 줄기 너머 아카시아 필 적

남해에서 금방 건져 올린

여러 종의 해산물들이 올라오면

산해진미 풍만한 맛

이보다 더할 수 있었을까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는

나의 입맛이야

늘 고향을 닮았지

* 아주 작게 지는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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