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시(人生詩)

눈 雪은 내리고/

서문섭 2024. 4. 8. 10:31

나 네발 가진 짐승 되어

흰 눈 뒹군 설원에 함께 뒹굴고 싶다

눈빛 맑은 사슴이나 노루 새끼라면

풍경 또한 얼마나 순할까

잿빛 하늘이 감싸 안으니

얼마나 포근할까

남겨져도 지워져도 좋을 발자국

몇 개쯤 흔적으로 남아도 좋겠다

모든 것 지워진 세상

처음부터 아무것 없었다면

더욱 심심할까

야성에 길들여진 들개라도 불러

맨발끼리 놀아볼까

만나처럼 눈발이나 받아먹으며

주머니 없는 것들끼리

나누며 살아볼까

그러다 지치면 흰 눈 가버리듯

그것이 한평생이듯

차창 밖 눈은 펄펄 내리고

생각은 자꾸 머물며

기차는 한평생을 겨우 벗어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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