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네발 가진 짐승 되어
흰 눈 뒹군 설원에 함께 뒹굴고 싶다
눈빛 맑은 사슴이나 노루 새끼라면
풍경 또한 얼마나 순할까
잿빛 하늘이 감싸 안으니
얼마나 포근할까
남겨져도 지워져도 좋을 발자국
몇 개쯤 흔적으로 남아도 좋겠다
모든 것 지워진 세상
처음부터 아무것 없었다면
더욱 심심할까
야성에 길들여진 들개라도 불러
맨발끼리 놀아볼까
만나처럼 눈발이나 받아먹으며
주머니 없는 것들끼리
나누며 살아볼까
그러다 지치면 흰 눈 가버리듯
그것이 한평생이듯
차창 밖 눈은 펄펄 내리고
생각은 자꾸 머물며
기차는 한평생을 겨우 벗어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