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팔영산에서

서문섭 2019. 11. 9. 11:21

 

아침이 밝은 진산

마음에 정한 팔영산을 오른다

추위를 간직한 채

봄 기다리려는 설레임

약간은 슬프게 하려는

뭔가가 있을 법 한 겨울 산

알싸한 찬바람

고즈넉함의 기운이 감도는 곳

잔설 남아있는 능가사 일주문을

조용조용 발걸음을 옮긴다

해탈에까지 이르지 못 하드래도

미련을 벗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볍다

우뚝 솟은 정상

장벽에 에두른 산

파도소리가 고운 너른 바다

마치 땅덩어리로부터 부풀려 내는 듯

고무풍선 모양의 땅이 시야에 닿는다

바람이 연주하는 풀피리 소리 울리고

내리꽂히는 벼랑들이 시원시원 뻗어있다

바다와 맞닿은 해안선

거센 바닷바람에 몸 맡겨 부서진 포말들

힘찬 내 딛음을 예고하며

연방 봄내음을 쏟아낼 태세다

뻗어있는 첩첩한 산릉도

가슴 들뜨게 하긴 마찬가지다

천둥산 마복산 비봉산

크고 작은 산들이

새해의 좋은 꿈들로

마음을 새롭게 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저릴까!

진산은 세시(歲時)무렵에 찾아야만

더더욱 큰 감동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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