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은 진산
마음에 정한 팔영산을 오른다
추위를 간직한 채
봄 기다리려는 설레임
약간은 슬프게 하려는
뭔가가 있을 법 한 겨울 산
알싸한 찬바람
고즈넉함의 기운이 감도는 곳
잔설 남아있는 능가사 일주문을
조용조용 발걸음을 옮긴다
해탈에까지 이르지 못 하드래도
미련을 벗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볍다
우뚝 솟은 정상
장벽에 에두른 산
파도소리가 고운 너른 바다
마치 땅덩어리로부터 부풀려 내는 듯
고무풍선 모양의 땅이 시야에 닿는다
바람이 연주하는 풀피리 소리 울리고
내리꽂히는 벼랑들이 시원시원 뻗어있다
바다와 맞닿은 해안선
거센 바닷바람에 몸 맡겨 부서진 포말들
힘찬 내 딛음을 예고하며
연방 봄내음을 쏟아낼 태세다
뻗어있는 첩첩한 산릉도
가슴 들뜨게 하긴 마찬가지다
천둥산 마복산 비봉산
크고 작은 산들이
새해의 좋은 꿈들로
마음을 새롭게 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저릴까!
진산은 세시(歲時)무렵에 찾아야만
더더욱 큰 감동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