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문학(詩,文學)

목욕탕에서

서문섭 2020. 4. 12. 14:34

무더운 여름 지나고

서늘한 가을이 깊은 날
모처럼 온탕에서
묵은 때 벗겨본다
손닿지 않는 뒷등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이
얼마나 낯설고 아득한지
느껴본 사람은 알 일이라 
등 따돌려 보던 사람들
열기에 흘러내리던
가렵고 싸늘한 눈빛들이
표창처럼 와 박히던 순간
가눌 수 없는 쓸쓸함에
등 기대오는 여느 아침 
긴 하루 조여 오던
푸른 등뼈의 사슬서 풀려나
가쁘고 고단한 숨고르기처럼
총총한 별꽃하나 돋지 않는
시린 우주의 북벽이
막막한 그리움의 한계령에
돌아설 수 없는 뒤편으로 가다
한 번도 너에게 흐르지 못한
긴 강물 되어 뒤척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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