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시(慕情詩)

산소에서

서문섭 2022. 3. 2. 13:51

그곳에 찾아가면

아픈 영혼 절절한 그리움으로

모두를 반기던 따스한 모정과 

통증이던 임을 오늘은 끄네

아마란스 붉은 팔월의 불꽃

구월의 구절초 같은 향기가

멀리 흩어질까 꽁꽁 동여맨 육신

통곡이 터지던 불길 속에서

마지막 뜨거운 영혼을 불러내며

지나간 흑백의 추억을

울음으로 불러본다네

태우고 더 태울 것 없는

한 줌 재로 남은 허무,

당신의 유골을 수거하는 비질은

다음 장례의 순서들로 바쁘네,

먼지 같은 생의 소멸

대단원의 결말을 유골함에 쓸어 담고

두 손 모아 엎드려 기도하며

우리는 또다시

시끄러운 세상으로 돌아가네

이윽고 돌아온 옛집엔

지친 몸 밤중처럼 밭둑에 서서

임과 마지막 헐벗은 작별을 ,

남새밭 새 푸른 빛 곁에

사각 유골함을 풀었네

깡마른 성냥개비 같은 사랑을 긋네

체취 따뜻했던 속옷에 불을 지피네

연기 꽃 자유를 놓아 주며

훨훨 날아서 가요 잘 가세요

영혼을 하늘로 날려 보내듯

당신을 조용히 끄네

긴 이별의 통곡을 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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