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시(人生詩)

귀 빠진 날

서문섭 2022. 4. 4. 17:40

울 어머니 날 낳고 미역국 드셨겠지
온 산천은 깨끗하고

미끄럼 뒷산에서 뻐꾸기 울고
까투리 푸덕거리고
도야지는 꿀꿀거리고

병아리는 삐 약 삐 약

아버지는 새끼줄에 고추 매달아

새밖에 걸쳐 놓고

동네 소들은 소리 지르며 음매 했겠지
어릴 적 귀빠진 날만 되면
어머니는 나더러

오늘은 *가노굴 댁에 가지 말고
다른 친구들과 *핀 엿 사 먹지 말라며
어깨를 토닥이셨지,


오늘은 만으로 일흔세 번째 생일이다
손주가 케익을 사 왔고,

딸이 회를 사 왔고,

고기도 푸짐하게 구웠다

그래서 회자인 셈이지

불혹일 때 시 쓰고 했는데

지금은 반백이 훨씬 넘은
머리빡에 흰머리 살랑대고~


! 세월은 가고 가는데
오늘은 누구를 불러
생일파티를 할까


청춘은 이미 흐르고
젊음도 사랑도 사라질만한
무심한 세월


열차가 목적지를 향해 달리듯
고지를 향해 달리는 숨 가쁜 삶
오늘만은 조금 쉬었다 가고 싶다
식구들과 맘껏 먹고 즐겨보고 싶다

솔로몬이 헤도니즘에 빠져
즐겼듯이

 

*택호

*강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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