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 5집

멀 구슬 나무

서문섭 2024. 9. 23. 10:08

이때쯤,

 

코레일 공원 가는 길에

장미꽃이 늙어가면

 

짓궂은 바람에 멀구슬나무꽃,

수백의 별똥별이 순식간에 떨어져

걷는 길을 온통 별꽃으로 융단을 깐다

 

샛별이라는 별명 가진 여인이

아주 오래 전

별똥별처럼 나에게 떨어져

온 세상 환했던 기억이 났지

 

장미도 지고 멀구슬 꽃도 지고

괜히 울적해서

그게 그 여인 향기 같아서

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았더니

연신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발밑에 자리 잡는 꽃들

온통 샛별이구나

 

은하 강처럼 흘러가는 오월을 보내며

코끝에 샛별 향기 길게 매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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