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 5집

물 때

서문섭 2024. 9. 23. 10:40

지시한 바 없는 시간인데

누가 명령한 바도 없는데

무거운 몸 이끌며

부지런히 들었다가 나갔다가 한다

 

우리가 말하는 물 때는

바지런히 죽고 사는

원래의 약속 같은 세월

부서지고 흩어져도

오는 시간 잊지 않고

떠나는 시간도 안다

그토록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누가 오라 했는지

아니면 가라 했는지

쉴 새 없이 부딪는 저 무량의 생멸

무섭게 달려들어 포말로 부스는 일

사람 사는 모습도 저처럼인지

 

어울리지 않는 생을 살다가

힘겹고 고달프다 했을까

질긴 인연 사는 채

몇 년인들 못 살까

간만 차 큰 저 무인도에

갈매기 날갯짓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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