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 5집

커피를 마시며

서문섭 2024. 9. 23. 10:57

거무튀튀한 향기에 알맞은 이름이 있다

 

아메리카노,

그 내음의 중독을 아는가

함께 있어도 고독한

그 중독의 시간을 아는가

비끼는 석양의 그림자 뒤로

소멸하는 빛바랜 젊음을 아는가

아스라이 멀어지는

커피 향 같은 날들을 아는가

허전함 채우려는 커피를 마시면

심장 사이에 박힌 이름 하나

목이 메인다

 

쉬었다가

마시다가

다시 이어지는 언어의 유희처럼

말과 말 사이에

말이 끝난 뒤에

미처 다 하지 못한 말 다음에

또 한 모금,

아메리카노에 중독되고 싶은 밤

나는 그립고 너는 없는

이 쓸쓸함

기어이 끊어낼 수 없는

이 고독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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