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손자와 함께

서문섭 2019. 10. 26. 12:02

 

여름은

쏟아지는 물소리로 시작이 된다

지루하고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당장이라도 시원한 계곡을 찾아

물속에라도 뛰어들고 싶어진다

작년엔

손자 녀석 땜에 여름을 찾지 못했다

쥐면 다칠까

놓으면 사라질까

나들이하기 너무 어렸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치일 걸 생각하니

바다는 엄두를 못 내다가

이제는 좀 성장하였고

할배할매를 옆에 두고 즐거워할 줄 아는

세상맛을 느끼는 것 같아

작정하듯 날을 잡았다

계곡을 찾는 마음 들떠서인가

녀석 웃는 모습이

자지러진다

쏟아지는 물소리에

주변은 소음조차 잠기고

싫증도 나겠다만

이놈

여전히 신나게 물장구를 친다

산천어가 있을까 기대하다가

급한 마음에 잡는 게

가재하고 송사리다

흐르는 물에서 건진 수박은

어쩐지 당도가 느껴진다

물놀이를 마친 녀석

배가 많이 고팠을까

수박껍질이 오이 빛나도록

이빨로 갉아 먹더니만

그만 낮잠에 빠진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시원한 음이온의 바람

서슬퍼런 한 여름날의 태양아래

송송 맺힌 피로를 버리기에 충분하다

할매는

지금이 무슨

20대 시절의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코골음 표정이 유난히 씩씩해 보인다

세월을 읽고 있는 할배

살금살금 다가가서

콧구멍에다 간지럼 막대로 장난을 친다

손자가 꿈속에서 그 광경을 보고 웃는다

참다못한 할배

웃음소리로

곤히 잠든 할매를 깨워버린다

붉은 태양이 저물어가니

얼굴들도 덩달아 발그레 물든다

어둠이 내려도

깨끗한 맑은 물은

여전히 우리들의 마음으로 흐른다

어느새 이 자리를 떠나야한다

물소리와 풀벌레소리만이

남은 강변의 연가로 그렇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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