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여수 애양원을 가다(6월초)

서문섭 2019. 6. 27. 10:30

여수 애양원을 가다(6월초)@ㅡo

산길이나 들길 할 것 없이 모든 길은 구도求道의 길이다
찾아가는 길이 나로 하여금 시詩를 쓰게 하고 
시詩를 씀으로 시인詩人의 이름을 지키는 일이라고나 할까 
그 길이 곧 시詩였고 
그것을 읊고 베껴서 시인의 본분을 지킨다는 게 더 정확한 뾰현이라할 
것이다 유월달 이달이 보훈의 달이란다 
보훈의 달 그 속에 어떤 시詩들이 숨어있을까 
유월이 멈춰버린 듯한 가슴 아픈 사건들 굳이 정나라하게 들추지 않더라도 
우리는 유월의 상징을 곧잘 기억하고 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빚어진 여순반란사건이 그것이며
좌파와 우파의 대립으로 인해 무고한 양민들과 기독교인들이 희생된
그야말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우리민족의 아픔이요 슬픔이다 
손양원 목사님의 숨결이 묻어있는 여수시애양원을 찾아가는 길이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구불구불 그분의 유해가 묻혀있는 순교의 성지를 찾아가는데 
우선 시야를 반기는 게 
다름 아닌 여수다도해가 나의눈길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쪽빛바다의 아름다움이야말로 
보는 이의 호흡을 멎게 할 만큼의 백미가 틀림 없다
어디 그 뿐이랴 
이외에도 여수시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로 손꼽는 진달래 산으로 유명한 영취산이 있다
허나 눈을 혼란케 할 만한 각종 관광시설과 먹거리가 
눈을 모으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토록 아름다움에 들뜨기 보담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정숙을 지켜야만 했었다
동경하던 곳이라 가고 싶었고 
찾고 싶었던 곳이라 마음 정하듯 찾아왔는데
언제인 듯, 옛 적에 한두 번쯤 이 길을 걸었음직한 길이 아니던가!
어릴 적에 와보긴 했지만 세월이 너무나 많이 흘렀던 터라 
시각이란 게 처음처럼 낯설기만 하다 
잡초가 우거진 옛 협로로 돌아가는 듯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이제 제법 넉넉하게 걸을 수 있도록 잘 닦아놓은 길을 유유자적 걸어보게 된다
아직은 봄의 기운을 간직한 채
여름을 기다리는 마음이랄까!
약간은 슬프게 하려는 뭔가가 있을법한 초여름,
션 한 바람에 고즈넉함의 쓸쓸한 기운마저 감도는 곳이 이곳이라면
역사와 유적이 쉬어가는 손양원 목사님의 궤적을 따라 
조용조용 발길을 내딛어볼 수 밖에 없는 길이다
산 돌과 같이 살았던 그분의 사랑과 헌신이 
마치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는 것 같았다
박물관을 들러 의료기구들을 살펴보는데 
한센병 환자들을 도와주고 치료했던 기구들을 보게된다 
어디 그뿐일까!
신사참배 거부로 인해 투옥생활을 함은 물론이고 
두 아들을 죽인 자를 세상에나 양아들로 삼는 일들이 다 무엇이란가?
그저 그것들의 생각과 행동들이 되물어 나의 뇌를 시험하려한다
"당신은 이미 땅의 사람이 아니었지요?" 
혹여, 3층천을 보시기라도 했었나요? 라고 독백으로 답을 한다"

"아니야 안 돼 
절대 말이지 그렇게는 나 못해 
난 할 수 없어 절대 안 돼"

회개에는 이르지 못한다 하드래도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머리를 복잡하게 짓누르더라~ 
비로소 주위를 벗을 때쯤에야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랄까
뒤를 따를 수 없을 작은 예수의 발걸음은 우직하고 호방한 것들에 실상이니
그것에 피부로 느끼고 만질 수 있다는 오늘에 그저 만족하고 있는 줄 모르겠다
외식으로 가득 찬 신앙을 엿보며 믿음의 한계를 발견하는 셈이랄까!

바닷바람이 연주하는 풀피리소리가 마치 찬송소리 인 양 들려오고 
가지초리에 잘 꾸며진 나무와 꽃 둔덕 밑으로는
잔잔한 나불이와 함께 새로운 각오를 예고나 하려는지
바다와 뭍이 몸을 맞대고 포말을 바지런히 만들어 댄다
산이나 들 다도해가 가슴을 들뜨게 하긴 마찬가지라
이리나 가슴이 저릴까! 
소유하는 대신,,, 
존재하기에 소유하고 싶은 순교의 성지
역시 순교자의 땅은 유월(六月)무렵에 찾아야 
더 큰 감동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2017년 6월 3일 
전라남도 여수 애양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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