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장산에서 2 (3월)

서문섭 2019. 6. 27. 10:37

장산에서 2 

 

시간을 밀고 간솔 바람을 맡으며 산을 오르게 되면 
마치 상념에 젖어있는 듯한 경관과 바람소리를 보고 듣는 것 
어쩜 인생에 대한 삶의 한 단면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나 할까 
그저 고독하고 외롭다 
그러나 그 길을 반드시 가야만 한다
그래서 걷는 이로 하여금은
이런 고뇌스런 길을 꼭 따라야만 한다는 것이다
바람이 외출하고 없는 여느 날 햇볕은 한가롭기가 그지없다 
잠시 거닐어본 야트막한 산길에서 
나의 발길을 붙잡는 작은 소란들이 있었으니 
언 땅을 뚫고 일어서는 새싹들이다 
그야말로 봄 준비에 한창들 이었다 
와우! 제비꽃 봐라 제비 꽃 
아니 뭐라고 제비꽃이라고 
그래 어떻게 생긴 꽃이 제비꽃이란 말인가 
제비꽃을 아직 모르고 있었단 말이요 
산행을 하는 길에 우연히 나는 꽃 한 송이를 발견하였다
한참을 드려다 보고 이모저모 훔쳐봐도 
제비와 닮은 곳이라곤 어느 한곳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참 아름답고 앙증맞다는 생각뿐이었다 
꽃마다의 아름다움과 특징이 있다면 향기도 다양할 것이다 
성분에 따라서는 꽃잎을 약제로 사용하는 꽃들도 많겠지만 
그 성분으로 인해 사람들은 꽃말을 마음대로 붙여보기도 하고 
생김새 때문에 자기네들 방식대로 꽃말을 부르며 달아주기도 한다 
나는 불현듯 제비꽃의 꽃말을 달아주고 싶었다 
쉬운 말로 지어볼까 
그럴싸한 꽃말은 없을까 
곰곰이 생각하다 못해 부자 꽃이라고 달아주면 어떨까 
그래 부자 꽃이라고 하지 뭐 
시선을 꽃에다 모으고 나니 좋다 못해 깔 깔 깔 웃었다 
별일이 없고선 산을 타는 게 나의 일상이라 하겠지만 
흔히 보고도 지나쳐 버렸던 작고도 앙증맞은 제비꽃이
보랏빛날개 저은 작은 제비 한 마리로 
나의 눈에는 금세 착시를 일으키게 된다 
금방이라도 훨훨 날아올라 부자가 되는 박 씨 하나를 물고 와 
나에게 선사라도 하지 않을까 여겨지는 마음이다 
오늘 나는 행복감에 젖어든다 
사람들은 흔히 아름다운 꽃을 만나게 되면 
글쎄, 이 꽃은 무슨 꽃일까 하며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곧장 많다 하겠으나 
이 꽃의 꽃말은 무엇일까" 라고 묻는 사람들은 거의가 없을 듯하다 
산행을 계속하는 도중에 또 다른 꽃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연분홍빛을 띈 꽃송이가 
무욕의 나팔을 불며 잠시 욕심을 부려보았던 나에게 웃음을 던진다 
저 꽃은 또 무슨 꽃이지? 
번 가르듯 꽃들을 가리키며 이름들을 알아본다 
저 꽃은 말이야, 
아마도 개 꽃(철쭉)이라고 하던가 했지 
그럼 개 꽃은 또 뭐야 
뭐긴 또 뭐라니 개 꽃이라니깐 
꽃 이름을 묻는 게 아니라 개 꽃에게 꽃말을 붙여줄 생각이었나 보다 
그냥 참꽃(진달래) 동생이라 하지 뭐 
수달래의 사촌이라 해도 괜찮고,,, 
또 뭐 영산백의 제종이랄까~ 
나는 주저앉았다 일어나다를 반복하며 크게 웃었다 
삭막한 세상이든가 
감성이란 게 잊었나 싶었던 게 
이런 꽃송이들이 진정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마음이 적잖게 행복했다 
암울한 세상이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고 자꾸만 치근대지를 않은가 
잠시 꽃의 마음을 닮아보기로 하자 
아름다운 꽃들이 있기에 
우리네 마음도 더더욱 사랑스러워가지 않을까 모르는 일 
오늘은 우리주위에 있는 꽃들을 만나 
어찌 한 번 꽃말을 달아 그 뜻을 만들기로 해 보자 
즐거운 마음들로 인해 작은 행복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그 마음 또한 꽃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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