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섬 누리마루에서 (2월)~
2010년 2월13일이 호적상 필자의 회갑이다
음력 3월1일이 물론 나의 원래 생일이나
호적대로 하자면서
그 동안 몸담았던 회사로부터 정년 통보를 받고 퇴임한 날이다
그 동안 많은 풍상과 어려움들을 한 몸에 드리운 세월이었다
많은 세월이 흐렀다 할찌라도
아니 글쎄 벌써 회갑이라니
그렇다고 고독하거나 쓸쓸하다 할 마음까지는
주체할 수 없는 뜨거운 피가 아직 용솟음을 치지 않는가
아니, 뭐 누가 날더러 회갑이라고 했는가
아니다 정말 아니야
6, 25때 호적이 불에 타서 그래,
이제 50 이야! 피력하고 소리쳐 봐도
어느 누가 그 말을 믿으려 들지 않는다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큰 시간 낭비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이다
그때에 꼭 이 일을 했어야 했었는데 하면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후회하며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60부터란 말이 있지 않던가
나의 인생은 60부터다 60부터야 수근대며 혼자서 독백을 한다
오늘은 그렇고 그런 날인데 나 혼자 가면 안 되겠소?
안 돼요, 같이 가야 돼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혼자서 여행이나 등산을 가게 되면
그런대로 시상(詩想)이 잘 떠오른데 이상하리만큼
마누라와 함께 가는 날에는 좋은 글이 떠오르질 않는다
왜 그런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아직은 수수께끼다
앞으론 백수의 신분으로써 여행도 잦게 될 것이고
글 쓰는 일도 많아질 거라 생각이 들어
하고 싶었던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다
오늘은 그 첫날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해운대 동백섬을 한 번
샅샅이 뒤져 보기로 했다
봄은 봄인 것 같은데도 아직은 쌀쌀하다
진초록 잎사귀 사이로 붉디붉은 속살을 드러낸 동백꽃이
이곳 저곳 떨어져 시들지 않고 생생한 자태를 간직하며
더욱 애닯게 보이는 꽃이리라 여겨지는 마음이다
송이가 통째로 바닥에 떨어질 때는 사뭇 처연해 사무치는
애처로움과 슬픔으로 표현되어 지기도 한다
해운대 동백섬은 조그마한 동산으로
누리마루와 마주 보이는 광안대교가 인상적이다
전망대와 해변로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으며
정상의 동백정에는 최치원의 기념비가 새워져 있어서
숙연한 마음으로 역사를 뒤돌아볼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경주 최씨의 자존심 고운 최치훈,
선생님의 흔적인 동상을 비롯한 각종 기념비가 세워져 있음을 본다
역사의 인물이며 최씨 일가의 일이겠지 하기엔
서있는 자리가 왠지 부끄러워 진다
풀 한포기 나지 않은 고집스러운 최씨 고집이
나의 아집을 견주는 것 같아 서둘러 그 자리를 피한다
또 다른 누각이 지워진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왔다
바다를 보며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편의시설인 화장실도 예쁘게 잘 지워져 있었다
동백숲을 내려와 동산을 따라가다 보니
누리마루의 누각이 나오는데
탁 트인 바다에 오륙도가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는 누리마루를 지을 때
관람객을 배려한 프레임의 배치인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동백 숲은 바다 반대편 쪽에 위치한다
남해바다의 세찬 겨울 풍파를 견디며
3월부터 4월까지 유난히 붉은 꽃을 피워대는 이곳이라면
밖과는 사뭇 다른 감흥을 느끼게 하는 곳이라 하겠다
꽃이 지는 시기인 5월까지도
듬성듬성 피어난 동백꽃이 제철인 듯 피어 있어
숲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늦은 봄까지 반긴다고 한단다
꽃이 떨어져 애잔한 마음마저 드는 동백 숲을 나와
바라다 보는 남해바다는 아름다운 오륙도와
그 앞을 오가는 낚싯배들 그리고
고깃배가 어우러져 평온한 바다풍경을 자아내고 있으며
남해바다의 풍광과 어우러진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또 이곳에 서면 동백 숲 전경과 해송림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주차장 방향으로 동백 숲 너머 바닷가에는
근사한 해송림이 군락을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곳은 관광을 마친 관광객들의 휴식과 담소처로
송림사이로 보이는 남해바다의 풍광이 더욱 좋은 곳이다
앙증맞은 아름다움이 있는 오륙도가 지척에 있어
더욱 아름답고 멋있는 누리마루 동백 숲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남해바다는
쪽빛이라 할 만큼 유난히 천혜의 자연을 갖고 있는 곳이어서
아름다운 일출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 곳이며
일몰을 보기에도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라 여겨진다
동백섬은 바다 쪽 절벽으로 기암괴석이 웅장하게 펼쳐져
더욱 아름다운 곳이라 하리라
파도를 맞는 바위 언저리에 듬성듬성 앉아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낚시꾼으로 바다와 맞닿은 기암괴석과
그곳에 올라 입질을 기다리는 낚시꾼들이다
원래 하나였던 듯 썩 어울리는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며
바다낚시꾼들의 낚시터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이맘때면 무슨 고기가 많이 잡히는가 궁금하던 차
어망에 잡아놓은 고기를 구경하게 되었다
전어가 많이 잡히고 있었으나 자잘하다
그러나 싱싱하다 내 젊음처럼 말이다
나이 환갑에 뭐가 그리 싱싱하냐고,,,
서두르는 봄
짧아진 아가씨들의 치마폭 속 속살의 싱싱함이
새로 시작하려는 내 인생에의 동반자가 되려는 듯
시간 속에서 애를 끓고 있다
2010년 2월
부산 해운대 누리마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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