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창녕 천주산에서 (4월)

서문섭 2019. 6. 27. 11:49

천주산에서(4월)

 

진달래꽃으로 군락을 이룬 산자락 아래에는

4월이면 축제가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진달래로 제일 유명한 산은

여수에 있는 영취산이며

그 외에도 천주산 화악산 비슬산 등이 있는데

바로 이곳이 그중 하나인 천추산이다

벌써부터 온 산이 진달래꽃 물결이 막 밀려드는 것 같다

오늘은 창녕에 있는 천주산을 찾았다

산 향기에 너무 기분이 좋아 꽃망울을 가득 품어

바람에 살랑이며 춤이라도 한번 추고 싶은 마음일레라

멀리서 바라만 봐도

마음은 벌써 내 곁에 설레임으로 다가오는데

진달래 축제를 일주일 앞두고 미리 찾아와서인지

역시 만개를 보려면 조금은 더 기다려야 할 모양새다

여기저기에 드문드문 피어 있는 연분홍빛 진달래꽃은

소녀의 즐거운 웃음처럼 귀여우면서도 곱다

아마도 분홍빛은 색감 적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탓에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우리네 앞 뒷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달래 꽃은

어디에서라도 4월이 되면 진달래 산 아닌 데가 없을 정도다

그렇게 진달래는 우리의 애환과 함께 살아온 꽃이다

진달래가 많이 피어 있는 산은 생태적 관점에서 볼 때

척박한 땅이라는 걸 말해 준다

활엽수림이 파괴되면 소나무가 등장하고

그 사이사이에는 어김없다는 듯 진달래가 나오기 마련이다

헐벗은 산에 유난히 진달래가 많이 피었던 것도 그래서이다

그 환한 이름만으로도 썰렁한 등성이가 밝게 웃으며

훈훈해짐을 느끼게 해준다

그늘진 산도 바위도 덩달아 사랑의 빛깔로 전염이 되어

발그레 상기가 되어 팔랑거리고 있음을 보게 된다

살아 있음의 즐거움과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다는 축복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척박함 속에서도 정을 나누던 고향을 부르는 꽃이 아닌가

우리네 쪼그라드는 살림살이와는 관계없이

"도시 외관은 높고 휘황찬란해져서 사람들을 더욱 작게 만드는데

이런 곳을 보면 어릴 적의 소박한 모습과 꿈을 가지게 된다

지붕을 맞대고 바닷가 고둥처럼 모여있는 작은 단층집들 위로맑은

햇빛이 푸짐하다"(가져온 글)

산을 오르는 시작부터 매혹 적이다

진달래는 물론이고 좌우로 피어있는 벚꽃이 살갑게 반기더니

나목처럼 서 있는 배롱나무 행렬이 뻣뻣이 봄을 기대서고

다음으로는 목련꽃이 시선을 당기며 발걸음을 멈칫거리게 한다

달 천 약수터, 팔각정, 헬기장, 전망대, 달천계곡으로 이어지는

굽이굽이 길이 비교적 완만하다

산을 한참 올라와 앉은 고지대에서

약간은 숨을 돌리며 내려다보는 산길은 나지막하게 이어진다

만개한 꽃은 많이 보이지 않은데 진달래 향이 벌써 난만하다

아,이 진달래 냄새~

노랗게 핀 작은 꽃봉오리에서 풍겨나는 짙은 향기는

다정한 친구로부터 스며나는 아름다운 마음만큼이나 향긋하다

그립던 사람을 만나기 바로 전날 밤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진달래꽃 앞에 서서 후각을 모은다

그래 바로 그 냄새다

고릿한 듯 싸아하고 달큰한 향내가

어린 날 내 얼굴을 닦아 주시던 우리 엄마 치마폭 냄새 같다

진달래는 잎도 나기 전 작대기 같은 가지 위에

진분홍빛 꽃잎이 요술처럼 피어오른다

얼마나 급했으면 잎이 피기도 전에

붉게 상기된 얼굴로 꽃술 하늘대며 앞질러 왔을까

독성이 있으니 먹으면 안 된다는 철쭉꽃을 개꽃이라 하였고

따먹어도 괜찮다는 진달래를 우리는 참꽃이라 불렀다

산토끼처럼 쫓아다니며 지천으로 핀 참꽃을 따 먹었고

집에 올 때는 손에 가득 꺾어와 사이다병에 꽂아놓기도 하였다

고향 산처럼 산자락을 오를수록 꽃은 더 짙게 번져간다

오리나무와 산 벚나무들이 섞여 있는 가지 위를 재우쳐 구르며

곤줄박이, 까치, 직박구리들이

나의 귓속을 헤집어 귀지를 건드린다

""내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그 고통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지금 눈앞에 분홍 꽃 흥을 그득 마시며 취하고 있다

 

2010년4월

창녕 천주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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