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강의

시 쓰기의 전략

서문섭 2019. 7. 7. 12:01

시詩 쓰기의 전략 1

                                                                    _-_- 서문섭
*시인이 시를 쓴다는 것은*
 
동지섣달 이른 새벽에 관절이 퉁퉁 부어 올라 통증의 몸으로 
하얀 쌀 씻어 내시던 어머니를 기억하는 일이다
 
소한의 얼은 얼음두께를 녹이며 군불 지피시던 
아버지 손등의 굵은 힘줄을 기억해내는 일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깊은 밤에 잠 깨어 불뚝불뚝 일어나는 황홀함으로  
마음의 기둥을 꼿꼿이 새우려 하지 않아도 지가 알아서 
밤새워 흔들리는 그 것을 잠재우는 일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퍼내고 퍼내어도 자꾸만 차오르는 이끼 낀 물을 
아낌없이 사정하는 일이다
무성한 숲을 지나서 그 것의 무자비하게 돌진하고 마는 
큼직막한 물푸레나무 둥치 여백의 숲 하나를 만드는 일이다
 
*시인이라면*
 
시인에게 가장 행복한 사건은
시로 호흡하고, 시로 잠자고, 시로 걸어 다니고,
시로 살다가, 시로 죽는 일이다
 
그리고 시를 쓰는데 대해 대단한 이유가 있는 듯
왁자하게 지꺼리는 시인 보담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시가 좋아서 시를 쓴다며                 
말 없이 돌아서 가는 그런 시인의 뒷모습이 
훨씬 고귀하고 아름다울 때가 많다
 
어차피 시인의 길은 혼자서 터벅터벅 걸어가야만 하는
험란하고 외로운 길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자신의 그림자가 아니면
그 어떤 사람과도 함께 동행할 수 없는
내면의 길고 긴 여행이리라
 
과거에는 포장이 안 된 길을 이미 걸었다면
현재도 많은 시인들은 운명처럼 그 길을 따라서 걷게 되며
그래서 길이 없는 그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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