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 12

염불청에 올라

아버지 손잡고 올랐던 산덧없이 흐르던 세월 속까마득히 잊고 살았다앞산 미끄럼 내리 타던 곳골골이 안개 걷히니그대로인 듯 작아져 보이고앞뜰 냇가흐르는 물 여전하다만나만 변한 듯 한숨 소리 짙다 검은 머리 땐 잊고 살았던 뒷산머리 희끗희끗 산의 속살 더듬는데그때의 바람은 잊혀진 세월에 잠겨있고지금 부는 이 바람도내일 또다시 만나지 못하리 산빛은 연초록 벗어울울창창한데사람만 한낱 보잘 게 없구나각종 새소리 울어대고풀잎들 하늘 향해 돋아오르는초봄의 선물맑고 밝고 눈부시다

그냥 두세요/도종환 그 外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가게 하세요그리움이 오면오는 대로 두었다가기게 하세요아품도 오겟지요머물러 살겠지요살다간 가겠지요세월도 그렇게왔다가 갈 거에요가도록 그냥 두세요춘분밤중에 봄비가 다녀갔나 보다마당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잠결에도 비 오는 소리 못 들었는데굴뚝새만 한 작은 새가 앉았다 날아가자숨어있던 빗방울 몇 알이아래 가지 위로 톡톡톡 떨어진다삐쫑 빼쫑 혀를 내밀어 그걸 핥아먹고입술을 훔치는 모과나무 꽃송이가푸르게 반짝인다오늘은 묵은 빨래를 해야겠다약 냄새 밴 옷들도 벗어야겠다

빌려온 글 202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