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墨香)

미루나무

서문섭 2019. 11. 9. 07:09

미루나무

여름을 보내는 동안
시냇물 허리통 실실하게 차오르고
*여뀌 꽃 피어 풀 여치 튀는
들길을 잠잠히 걷다보면
옛 기억 황량荒凉한 주소지에
그리움 그렁그렁
매미소리 우렁차던 유년의 그늘
미루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저 생생한 갈채 무수한 잎들처럼
파닥파닥 점멸하는 불꽃으로
팽팽히 후리는 우듬지 끝까지
높새바람 타올라 솟구치고 싶던 일
그 무엇을 얻기 위해서란 말이더냐
가다가다 못내 걸리던
어지러운 마음의 묵정자리에
야윈 낮달이 걸려 훌러덩 넘어지고
소요스런 바람 움직임만
혼란스럽게 가지를 흔들 뿐,

나는 회갑하고도 팔구 해를
고집스럽게 시(詩)쉬하며 살았었다
어느 누구의 쓸쓸한 배경에서
저 미끈한 미루나무 같은
근사한 풍경하나
제대로 지어내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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