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온천센터에서 보았던
수십년 되어가는 모래시계
노래하고 있을 젊은 날의
꽉 찬 모습 흘러내린 지 오래다
생명의 시간들이 먼지처럼 날아가고
분말 텅 빈 항아리에
허무의 정적이 쌓인다
삶이 짧은 외마디 남기고
어둠의 터널을 신속히 지나는 기차
모태에서 시작된
보이지 않는 재깍거림에도
세상의 기쁨이었던 그대
꿈과 욕구가 바람처럼 빠져나간
고무풍선이 땅바닥에 눕는다
구름 되어 하늘에 날다
더러는 함박눈 되어 하얀 세상 만들고
또한 비 되어 목마름 축여주었던
그대는 모래시계
알갱이 마지막 초침 속으로 진다
석양의 나뭇가지에 걸린
붉은 해가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