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양이요 이름은 귀비
유월의 울산 태화강 둔덕에
절세가인 십팔 세
유혹의 *양옥환이가 꽃을 피웠다
물빛 어리는 꽃다운 네 자태
삼천이나 넘는 궁녀처럼
해 년마다 향기롭게 피어나도
네 앞에선 부끄러워 고개를 떨궜을까
정렬의 붉은 치마폭
난세에 흔들거리는 위태로움
예단 못한 풍전등화일 뿐이었는데
영혼마저 마비된 사랑아
입술에다 맹독을 지녔다드냐
사랑하던 사람 안록산은
반란의 칼끝 휘두르는데
초여름 가랑비에 추적추적
황급히 내몰리는 피난길
피붙이 일가족 남김이 없이
모두 다 죽어가는 모습에 놀라
타래 진 명주실 비 비 새끼 꼬아
이화란 나무에 목매는 귀비 좀 보소
치렁한 검은 머리 풀리어
꽃 비녀 나뒹굴어지는데
옥가락지 곱던 맹세 배반의 꿈 꾸며
비취 깃 꼽았던 그 시절을
그 뉘 부럽다 하였을꼬
부귀영화 온몸에 누렸건만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니
애달파라 그 무슨 소용인가
그릴 것 하나 있어 백거이의 장한가라
며느리면 어쩌랴 비妃면 족하리
현종의 치정에 얼룩지는 피눈물
긴 긴 밤 이슥토록 눈물 지세고
차가운 안개꽃만 침전에 만발하니
불면의 꿈길에서나 만나볼 거나
어디에도 간 곳 없는 사랑아
전설처럼 한 시대 희롱하며 살다간
황홀한 꽃 빛 바라보던
먼 서역 당나라 땅 미인박명
스스로 목숨 꽃 거둔 난세
요절한 절세를 안타까워 하노라
*양귀비의 본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