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시(人生詩)

밥상

서문섭 2019. 11. 29. 21:47

 

나는 날마다 밥상을 차린다

언제부터인가 밥상에는

사랑과 위로

감사와 축복을 올려놓고

남을 위해 좋은 일을 생각한다

내가 먹은 밥은 그들에게 들어가서

일어나 말하며 큰 소리로 요동을 친다

내 밥은 세상에 널리 퍼져 큰길이 되고

산 넘어 우주로 날아간다

웃고 노래하라 손잡아주고 등 밀어준

날마다 내가 먹은 것들아

나는 즐거워하고 노래하려고 먹는다

하지만 눈감고 생각해보면

내 자신을 돕기 위해 열심히 먹어도

육체는 병이 생기고

더 이상 키도 크지 않았다

그토록 원하던 멋진 나의 삶은

또 얼마나 자라지 못 했던가

지금은 오래된 풍선처럼

먹을수록 겉모습은 줄어든다

더 가벼워지면 별식을 먹고

푸른 하늘을 날아야 하겠다

 

'인생시(人生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운대 해수욕장  (0) 2019.11.29
그것 또한 지나리라 5  (0) 2019.11.29
모래시계 5  (0) 2019.11.29
메아리  (0) 2019.11.29
상처난 옹이  (0) 2019.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