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사화 축제에서
이마에서 곰실거리는 벌레 기어가듯 한 땀방울이
여름 볕 때문일까 가을볕 션 한 바람영향에선가 하고 길을 따라 걷는데
어디서인지 모를 짙은 꽃향기가 은근슬쩍 나를 에두르고 있었다
향기 속으로 왔는지 모를 행복감이 스며든다
조금을 더 걸어보니
땅을 헤집고 올라온 꽃대위로
새 푸르고 당당한 여섯 가닥 담홍색 상사화가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가는 여름에 미련은 없었겠는가
여름이 내게 해 준 것이 무엇이 있었기에,,,
하지만 최소한의 애증은 남겨둬야 했었지!
상사초야 그래서 잘 가라
붉은 빛 보송한 자태로 일어나는 저 가닥들이 오질 않는가
너에 지지 않을 시샘 많아
내년에 인 들 또 너를 볼 수 있겠다만
바람은 너를 날리고 몸을 비벼대며 소곤거릴 것이 없어도
마음에 휘파람소리 남긴 채 내년을 또 보자 하는 거냐
사라지는 가을 따라 부서지는 우리의 그리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너 스스로 흔들어 준 바람 같은 진 잎 숲
여름과 진한 고별식을 마련했나 보구나 하는구나
전남 영광군에 소재한 불갑산을 오르기 위해서
우선 아래턱 가까이에 있는 불갑사를 찾았다
자그마한 다리가 있는데
다리 이름이 해탈교(解脫橋)라고 적혀 있음을 보았다
길 가 살살이 꽃 연꽃 등
매혹적인 꽃들이 빛으로 아롱아롱 눈인사를 한다
주위의 공간이 참으로 아름답다 할 수 있고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계곡물에서도 여전히 정겨운 소리를 내어
등을 돌리는 여름과도 미련 없이 헤어질 수 있겠나 싶었었다
시름 달래려던 옛 그리움 이내 다가선다
상사화가 피어있는 내밀한 곳을 찾기 위해서는
덫 고개를 거쳐 노적봉, 법성봉, 투구봉, 장군봉,
연실봉을 차례대로 지나
구수재, 용봉을 거친 용천사가 있는 길이 펼쳐진다
오롯이 이 산만 답사를 하고 싶었다면
에둘러 여러 코스로도 오르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영광군 불갑면 앵곡을 지나 차근차근 연실봉 까지 오르는 길은
바위와 돌들이 참으로 많은 곳 이었다
불갑사 저수지를 뒤로하고 동백 골 오솔길을 따라
해불 암으로 향하는 길이 열리는데
와! 무슨 돌이 이리도 많은지~
많다 할 수 있는 돌길을 조심조심 걸어서
오른쪽 방향으로 난 길을 택해 정상을 향했다
불갑산 정상을 올랐다가 부처바위 쪽으로 몸을 틀어
내려오는 길은 영광군이 아닌 다름 아닌 함평군이었다
그러니까 이 불갑산은
영광군 불갑면과 함평군 해보면이 맞대어 있어
경계를 이루는 지점이라 알려주고 있다
사실 특정한 산을 찾기 위해서는 이 산을 찾는 것은 아니다
애끓듯, 그리워하듯, 사모하듯,
사랑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사연들을 알고 싶어서였다
무슨 산이 이런 꽃으로,,,와~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이유가 무얼까
우선 정상을 향하여 쳐다보니 경관이 일품이고
보는 눈으로도 첩첩산중(疊疊山中)같이 짙어 보인다
풀숲이 짙어 길이 나쁠까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이 약간을 제외하고는 크게 경사가 있거나
힘든 구간이 없어서 느긋한 산행을 즐길 수가 있었다
몇 분을 걸어가니 덫 고개(덕고개)라는 고개가 나온다
모악리를 거쳐 올라오는 길인데
용운암 가는 길이 있고 용운사 가는 길도 나온다
이 길이 느린 걸음인데도 성큼성큼 잘도 줄어들었다
이 산행 구간은 ㄷ자 모양으로 등산로가 나 있다
가는 내내 한참을 쉬다가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동백골 중심으로 걸어가는 이 산길은
주변에 법성봉, 투구봉, 장군봉, 연실봉등이 있다
여기서 연실봉인 정상은 그 이름이 연꽃을 닮았다 하여
연실봉이라고 이름 하였단다
목하目下에 산재한 주위가 온통 담홍색 빛으로 융단을 깔았다
오늘의 주인공 상사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상사화(相思花)가 상사병에 걸렸단다
상사화란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인데
이 꽃이 왜 상사병에 걸렸는지 연유를 알아보기로 했다
사연인즉슨
상사초 잎이 돋아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고
잎이 다 진 다음에야 피며
그 반대로 꽃이 있을 때엔 정작 잎이 없다고 해서
인간의 애틋한 사랑을 이 꽃에 비유하기도 한다
참으로 연민의 정으로 바라 볼 꽃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이 꽃이 바로 불갑산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찾아온 이곳의 날씨는 참으로 청명하고 쾌청했다
이어지는 능선도 장쾌하고
신기루에 홀렸는지 들쑥날쑥 운무에 가려져 어렴풋하다
오르는 길도 아름다웠고 지나온 길은 까마득하다
이제 하산길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코스를 딴 곳으로 정해 좀 더 걸을까 생각을 했다가
그래도 아직 가기 싫어한 여름인데
무리하지 말아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상사화를 보며 미학을 즐기려는데
매미소리는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모양새다
저놈의 매리 아직까지 짝을 찾지 못하고 뭐 했을꼬
사람이나, 미물이나, 아니면 저 앙증맞은 꽃송이나
이렇게 가까울 리 없을 것이라 했었는데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
서로가 따로 있을 수는 없다는 만고불멸의 진리를 터득하며
이게 바로 세상의 이치라 여겨지는 마음이다
피어있는 꽃을 바라보면 마음이 여유롭다
왜 여유로운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냥 꽃은 모두 다 좋다
살아가는 중심을 욕망으로만 채우지 말고
두루 자연과 맞추며 살 수만 있다면
한 세상 고개를 쉽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삭막한 세상이던가
감성이란 게 잊었나 싶었던 게
이런 꽃송이들이 진정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마음이 적잖게 넉넉하고 행복하다
암울한 세상이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고
자꾸만 치근대지를 않은가
잠시 꽃의 마음을 닮아 보기로 해보자
아름다운 꽃들이 있기에
우리네 마음도 더욱 사랑스러워 지지 않을까
근처 꽃들과 친해지는 방법은
우선 그 옆에서 미적미적 시간을 보내는 거다
오늘은 우리 주위에 있는 꽃들을 만나
꽃말 한번 달아보기로 하자
이 가을이 가기 전
토실토실한 사랑열매하나 맺기를
즐거운 마음들로 인해 작은 행복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그 마음 또한 꽃이 되지를 않겠는가...
8월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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