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버짐나무 (회동동에서) 8월

서문섭 2019. 12. 1. 19:56

-교정편-

 

플라타너스로 더 익숙해진 나무가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이름은 버짐나무다

나무껍질이 퍼즐 조각처럼 떨어지며

더불어 하얀색 녹색 회갈색으로 속살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 모습이 바로 먹을 것이 없어 못 먹고 자라던 옛 시절에

아이들 살갗에 핀 버짐 같다고 하여 시쳇말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어떤 이는 지저분하다고 이 버짐이란 이름을 싫어하기도 한다는데

여러 날 우리의 이웃 중 하나였던 가로수 이름하여

플라타너스로 아니면 버짐나무로 그저 이름에 많은 정이 가곤 한다

버짐나무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와 심어진 때

한 일 합방의 해 1909년 이후 일제 강점기와 맛물려

우리나라 가로수 조성사업을 하기 시작 하면서부터란다

그런데 이 나무가 해방 후 전쟁과 혼란을 우리 사람들과 함께 지낸

힘든 생활의 땟물이 묻어나는 나무라 하여 정이 더 간다하겠다

풀뿌리를 캐고 나무껍질을 벗겨 먹어 허기를 달랬던

초근목피의 가난했던 시간을 힘 모아 통과한 동지애로

풍겨나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마음이다
버짐나무는 넓은 손바닥 같은 잎이 무성하고 자람이 빨라서

가로수로 많이 심었었고,

그래서 역시 또한 학교 운동장 둘레에서도

우리는 그 나무를 곧잘 많이 심어 있음을 보게 된다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지루한 눈길을 창으로 돌리면

운동장 가로 묵묵히 흰 구름이 걸려있던 버짐나무를

누구라도 추억할 수 있을 것이다

푸른 하늘에 젖어있던 나무를 보며

우리는 어떤 맑은 꿈들을 키워 갔던가

제가 자주 들른 이곳은 금정구 회동동에 있는

모 회사 마당 언저리다

이곳에 서 있는 버짐나무도 그런 추억의 시간이 쌓여

아름드리로 굵어졌을 것이다

회사 마당 언저리에 버짐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매년에 한 번씩 구청에서 나와 가지치기를 한단다

그럼에도 금방금방 줄기와 잎이 뻗어 나와서 그늘을 만들곤 한다

햇빛의 기세가 한창인 오후 버짐나무 밑에는

더위를 달래기 위해 삼삼오오 자리를 한다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휴휴 소리를 내며 땀을 식힌다

버즘나무는 오래되고 굵어지면

줄기의 속이 썩어서 공동(空洞)이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이 버짐나무는 아직 젊은 모양이다

수피가 오돌토돌 하나

아직은 그런대로 매끄럽고 공동이 없는 걸 봐서 말이다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와 심었던 버짐나무가

현재 100년이 되었는데도

아직 나무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부산 북구에 있는 모 초등학교도 소개되고 있다

오래된 만큼 오래된 나무라서 거의 공동이 생겼다고 한다

미국의 초기 개척자들은 이런 공동이 있는 버짐나무를 이용하여

가축우리로도 쓰고 사람이 사는 집 짓는 나무로도 삼았다고 한다
겨울이 되어 잎이 떨어진 버짐나무에

실에 매단 것 같은 귀여운 방울 열매가 달려있어서

추운 날에도 보기 즐거운 느낌을 안겨준다

그 모습 때문에 북한에서는

방울 나무라 부른다는 귀동냥을 한 적이 있다

어렸을 때 친구들끼리 이 방울을 따서

머리를 때려주는 장난을 하곤 했는데

맞으면 분할 정도로 아팠다
아름드리 몸속에는 몇 년을 한결같이

이곳으로 지나는 사람들의 꿈을 간직하고 있을까

오래된 나무들도 쉽게 베고 교체해 버리던 시절을 무사히 넘기고

한 그루가 늠름히 자리하고 있는 걸 보면

작고 소박한 곳이지만 사람의 소중한 동반자로 여길 줄 아는

사랑의 품성을 가진 사람들이 나무를 지켜주었음을 알겠다

다만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한 듯

나무 밑둥에 비해

가지가 자연스럽게 높이 뻗어 오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넓은 잎으로 대기의 먼지를 흡착시켜 청소해 주는 일을 하고

도시의 소음을 흡수시키는 방음의 역할을

어느 나무보다도 충실히 해 왔다

부산에서 가장 많이 심겨진 곳은 중앙로다

물론 가로수로는 이 버짐나무 뿐이 아니다

그 외에도 은행나무 후박나무 느티나무 등이 있는데

매연에 강한 나무들이기에 가로수로 아주 적합하다 할 수 있겠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매일 두통에 시달리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건

거리의 청소부 같은 가로수 나무의 공력이 크다

그런데도 눈에 띄지 않는 오랜 고마움을 사람들은 쉽게 잊는다

버짐나무를 말 하드래도

한때 잎 뒤에 난 털이 기관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하여

그 자리에 새로 관심을 받는 나무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좇아가는 우리 도시 사람들의 이기적인 욕심은

소중한 가치를 아름드리로 가꾸어 가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조금 손해 보는 경우도 익혀나가야 할 것이다

대상과 나는 언제든 자리바꿈이 되지 않던가?

더 좋은 것보다 함께 살아가는 불편을

이 한 그루 버짐나무로 인해 느껴보게 한다

 

8월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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