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햇볕이 따갑게 도드라지는 요즈음
짙푸른 나무에는 가을이 되어 잎이 질 때부터
눈에 들어오던 겨울(눈目)까지의 모든 것들이
언제인가부터 몸을 한껏 풀어놓고는
이제 연록을 거슬러 진록으로 바뀜이 한창이다
거뭇한 작대기로 서 있던 나뭇가지에
어느 봄날 순백의 꽃잎이 펼쳐지고 나면
아니 벌써 이렇게 되었는가 싶어
기적이라며 깜짝깜짝 놀라던 봄날이 엊그제 같았는데
그렇게 만나는 봄의 새싹들은 금방금방 앞다툼을 하여
제법 어리고 여린 포대기로 꼬~옥 순한 잎을 감싸듯
봄 시샘의 볼록한 숨을 지켜보는 달갑지 못한 시간인지라
여름은 더 가까이에 다가설 것인가 여겨지는 마음이다
아니 이미 벌써 곁에 있음을 느끼고 있지 않는가
이 우직한 생물들이 제게 부여된 조건들로 하여금
꿋꿋이 자기들의 자존을 지키며
지난날을 품어 설레는 걸 보게 되면
그까짓 부대끼던 과거쯤은 뭐 휘휘 날려버리고
내일을 살아갈 행복이 우리에게도 돋을 것이라며
은근히 요원할 것 같은 소망을 그래도 가져보게 된다
나무들의 눈目 중에서도 떨켜들이 푸르름에 덮여있다
만개한 꽃봉오리들도 이미 이파리들과 모양을 갖추고
나뭇가지 위로 진록의 솜 털옷을 입고 있었다
여름 햇빛이 꽃눈을 감싸고 있는 솜털 위에서
풍광으로 빛나게 되면 그 자체로도 영롱하고 맑은 꽃송이리라
간만에 다종의 꽃을 보러 제일 먼저 달려갈 곳
이미 마음속에 가깝고도 먼 나무가 있음을 상상해 두었다
추운 겨울을 낮게 구부려 설한 지붕을 활짝 들어 올리듯
흔적도 없었으며 상흔도 보이질 않았다
좁은 행로 길에서 꼬불꼬불 고단하듯
때가 낀 세상 사람을 만나보게 되는데
와메! 웬 사람이 이리도 많을꼬 말 그대로 인산인해네
머뭇머뭇 서 있다가 돌아보고 또 보니 갓도 없고 끝도 없다
잎이 핀 각종 나무가 등에 햇살을 진 오래된 나무들도 많다
이 박람회는 언제부터였을까
세월의 더께가 이어지는 대목일 것이다
참으로 대단하지 않는가
방 한 칸 크기가 될 만한 은목서에 가린 나무들
그 앞으로 들어가려니 가이드가 나를 살갑게 맞아준다
이 나무가 무슨 나무이고 저 나무는 무엇인데,,,
설명은 적나라하게 하는데도 너무 장황한 터에
많은 설명을 다 담을 수 없어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십상
물론 설명하는 친절에 자연의 신비도 겻 들여져 있었다
울타리로 심은 나무들이 참으로 많고 아득하여
자투리땅 어느 한 곳도 예외일 순 없다
수종의 갖가지 나무들과 꽃들이 심어졌는데
잘 조성이 되었고 정돈된 게 무척이나 빼어나다
분명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그저 충분하다 할 장소라 할 것이라
수만 명의 조성인들이
피와 살을 뜯으며 일구어놓은 순천만정원
우리는 그저 관광을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적잖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지워버리지 못할 것 같다
팽나무 백동백나무를 비롯해 팽나무 나사백향나무,
히말라야시다, 호랑가시나무, 세열단풍, 금목서, 단종려,
수백나무, 나한송, 황백나무, 오엽송, 반송
벼락맞은 은행나무(중략)등
그 외에도 이름을 헬 수 없을 정도의 갖가지 나무들
보고 즐기는 이의 눈으로는 가히 환상이다 못해
천국 같은 분위기에 이른다 할 것이리
수가 너무 많아서 헬 수 없을 정도지만 꽃도 마찬가지다
생전에 못 보던 기이한 꽃들이 그야말로 생김새도 다 다르고
천차만별에 향기도 다 다르다
꽃들의 옹알이에 발걸음 바쁠 게 없다보니
시간이 아까울 뿐이다
나무들 가지초리가 하늘을 향하여 동그랗게 팔을 모은 모양과
각 나라 별로 국한된 일정하고 한정된 공간이 있어서
그곳에 그 나라를 상징하는 꽃들을 심어두었다
이어지는 일탈은 또 있기 마련이다
식물을 배양하는 곳이라든지 혹은 기온에도 맞게
꽃이라는 꽃을 다 모아둔 곳이 바로 순천정원박람회다
마치 기도를 올리는 것 같기도 하다
초여름에 핀 꽃들은 몽우리를 머금어 붓끝이라 할 수도 있겠다
고요히 숨을 쉬고 있는 우주를 연상케 하는 것 같아
토종이건 외래종이건 그 안에 발효 중인 세계가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가져온다
이 아름다움을 어눌한 말솜씨로서는 표현이 어렵다
볼거리를 다 둘러볼 수 없어서 가이드에게 대지평수를 물었더니
다 빠지지 않고 둘러본다면 약 3일 정도 걸려야 한단다
덤으로 눈요기하는 곳도 물론 많지만
인상적인 게 있어서 게재를 해둔다
발짓 멈칫거리게 된 곳이 바로 이곳이구나
우리나라 전국에 있는 초등학생들이 그렸다는 그림과 문구다
와! 되게 많고 대단도 하네
전국에 초등학교가 과연 얼마나 많기에,,,
얼른 수집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가상으로 머리를 굴리려니
갑자기 머리가 띠~잉 해져오며 계산이 안 된다
자연 속에 그려진 아름다운 순천정원박람회는
이처럼 항상 사람을 비롯한다 라고나 싶다
우리 스스로가 자연과 생명을 소중하게 느낄 때
신은 우리에게 좋은 선물을 줄 것으로 느끼는 바
나뭇가지와 꽃길을 지날 때마다 새움이 트고 꽃이 피는 것으로
기나긴 세월에 많은 시간들 그리고 사랑이 있었기에 충분했으리라
이 많은 것들에게 진정 꽃말을 달아주고 싶은 하루다
근처 나무들과 친해지는 방법이라면
우선 그 옆에서 미적미적 시간을 보내는 거다
'산행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갑산에서(상사화 축제) 8월 (0) | 2019.12.01 |
---|---|
부산 황령산에서- 9월 (0) | 2019.10.26 |
부산 가독도에서 10월 (0) | 2019.10.26 |
경북 포항 팔각산에서 9월 (0) | 2019.10.25 |
응봉산에서 6월 (0) | 2019.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