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해운대 대천공원에서 8월

서문섭 2019. 12. 1. 20:04

때늦은 무더위가 맹위를 떨친다 
첨벙거리는 물소리가 무척 반갑게만 느껴지는 계절이다 
계곡에 물을 찾아 산을 오르는 산행에 있어서도 
숲이 우거진 그늘을 끼고 오른다 할 수 있겠지만 
능선 쪽 보다는 계곡 쪽으로 치우쳐 지나는 게 
더위를 피한 순리이며 자연의 현상이 아닌가 싶어진다 
계곡을 찾아가 손과 발을 물속에 담글 수 만 있다면 
바람소리는 물론 
물소리와 산새 소리까지도 진정 참다운 나의 벗이 되어줄 것만도 같은데... 
그야말로 생각만 해도 기분이 상쾌하지 않은가 
휴가와 여행의 계절에는 지친 몸의 피로를 덜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에 구미가 당겨지는 계절이다 
그렇지만 지친 몸뚱어리를 움직인다는 게 
그리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어서 조금은 주춤주춤 거려지는 게 사실이다 
생각이 머문 자리에 망설임을 지워 없애고 
마음 한 켠 허풍선처럼 바람이 일어나기를 동요해 본다 
급기야 신발장 속에 있는 바람 등산화를 꺼내어 신었다 
바람이라는 깔때기 모양의 모자를 야무지게 눌러 쓰고 
배낭이라는 바람 날개를 양어깨에 울러 맨 채 
집을 나서듯 시원한 바람이 되어볼 생각이다 
잠시 머물기만 할 뿐 인간의 삶도 여느 바람 일게다 
한곳에 정착하여 살기를 원하면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인간의 습성이 
그런 바람과 닮아있기 때문이라면 
인간이 거주하는 집이나 직장이며 사업장도 
어쩌면 바람이 머물다 지날 정거장이 아닌가도 싶다 
바로 그 삶의 습성이 정거장 이탈을 시도 한다 
목덜미에 흐르는 땀방울을 가만 가만히 훔쳐내는 
고마운 바람도 만나며 같이 불고 
수건을 꺼내 땀을 닦아주며 본래의 바람과는 달리 
더더욱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좋은 바람도 만나며 불게 된다 
여름날의 강렬한 햇빛 길을 따라 바람이 바람으로 흐르고 
어느덧 가까운 계곡에 가까스로 다달았음을 알 수 있었다
더위는 누가 이 대지에 보내어 우리를 이토록 지치게 할까
혹여, 누구의 죄 때문에 오는 것은 아닌 것일까 
나무와 풀들의 죄일까 
시원한 물이나 연실 떠가는 구름의 죄일까 
그도 저도 아니라면 
생각 없이 채우려고만 하는 인간의 욕망이 부르는 오욕의 죄 값 때문인가 
무엇 때문이라면 또 어쩌랴 
나무 풀 그리고 물과 구름 더더욱 바람의 죄 값이라면 또 어쩌랴 
조용히 걷고 가만히 걸어 조금씩 더 불며 갈 뿐이다 
시간의 흐름 앞에 더위가 대단한 기세를 올리는가 싶더니 
계곡에 자리를 잡으려는 순간 어느새 거친 헐떡임은 자분거리기 시작 한다 
조용한 숨 가쁨의 주위에 단 내를 아랑곳하지 않는 시원한 냉기가 
나의 몸뚱어리를 칭칭 에두른다 
나무와 풀 그리고 물과 구름들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음이온 1,500의 기氣로 가득가득 뿜어 주기 시작을 한다
그 기氣 속에서 창조의 섭리에 대한 강한 체취를 만끽한다 
여기 저기 우뚝우뚝 푸른 잎 고집한 나무들이 청학으로 비상하는 착각을 준다 
산을 찾고 계곡을 찾는 사람들이 입방아 찧어대며 놀다간 자리에는 
솔 갈비 부토가 물결이 범람하여 쓸려져있는 모습을 보는데 
그 냄새마저 향긋하게 느껴진다 
바람의 덕분과 함께 나른한 한낮의 풍경이야말로 
쉬~임의 공간이며 여유와 넉넉함 그 자체일 것이다 
안온한 일상 속에 다가와 뜨겁게 일렁이는 이글거리는 무더위... 
그것이 나에게 주고 간 자각인즉슨 
햇빛이 구름 속에서 고기들은 물속에서 제 각각 도광으로 빛나고 있으며 
나무와 풀들도 질긴 생명을 더 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시원한 바람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장마가 끝난 것 같은 조금은 가뭄이 있는 지형적인 계곡향인지라 
물이 많지 않은 범람하지 않는 흐름이
더더욱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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