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문학(詩,文學)

가을에는 울고 싶다

서문섭 2020. 3. 29. 10:46

한 나절 밀짚으로 엮은

여치집 속으로 들어가
초가로 엮은 처마 끝에
곤충 가슴의 맥박 떨판을 빌어
*찌르레기 처량한 울음 반열에서
실컷 한번 울어 보고 싶어지네
슬프지도 소란스럽지도 않게
벌레소리 듣기 좋은 한철
맑은 생 울음들에 도취되어 가는
호박꽃 초롱 환한 밭두렁과
무논에 개구리 떼 합창에
간간히 끼어드는 가을밤
우렁찬 소리의 소통
찌르륵 찌르륵 찌륵 찌륵
은밀한 밀교의 접속으로
사랑의 암호를 타전하다
울음소리,
그 파장을 조율하는 족속
격렬한 울음 유전자들
난생 그리움을 문지르면
묘연한 노래가 돈다하든가

*지르레깃과의 새

 

 

 

'시와 문학(詩,文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석  (0) 2020.03.29
풀물 든 오두막-  (0) 2020.03.29
출렁이는 가을 -  (0) 2020.03.29
빨간 우체통-  (0) 2020.03.29
춤에 대한 변명  (0) 2020.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