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문학(詩,文學)

풍등을 날리며

서문섭 2020. 4. 12. 11:59

 

오래된 버짐나무가

바람과 함께 춤추는 여름

파리치기 하던 아이들이

까마득한 기억 맟추기 하는

와사의 포동 폐교운동장

조용해진 쓸쓸함

그 빈틈을 노린 잡초들은

슬금슬금 거저 웃자라고

오래된 교실에 장식처럼 놓인

벙어리손풍금 더듬이 세우며

옛 동요 음계를 두드려본다

폐교의 풍경이 된

책 읽는 후배들 희망이 외롭고

밤 이슥할 즈음 시인은

소망하는 곳에 높이 오르기만을

애써 마음의 심지에 불빛 점등하며

오색 풍등 하늘높이 띄어보낸다

더 높이 올라 별이 되기를

우주로 전송되는

늦은 수신호에 두 손 모우며

아름다운 비상 꿈꾸는 밤

환호하는 세상의 중심으로

밀어 올리는 공중부양의 힘이다

그것은 드센 바람이 아니라

은유의 별빛 찾아가는 바람이다

그 만남 풍등 속에 피는

따뜻한 가슴 고동 같은

성스러운 불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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