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버짐나무가
바람과 함께 춤추는 여름
파리치기 하던 아이들이
까마득한 기억 맟추기 하는
와사의 포동 폐교운동장
조용해진 쓸쓸함
그 빈틈을 노린 잡초들은
슬금슬금 거저 웃자라고
오래된 교실에 장식처럼 놓인
벙어리손풍금 더듬이 세우며
옛 동요 음계를 두드려본다
폐교의 풍경이 된
책 읽는 후배들 희망이 외롭고
밤 이슥할 즈음 시인은
소망하는 곳에 높이 오르기만을
애써 마음의 심지에 불빛 점등하며
오색 풍등 하늘높이 띄어보낸다
더 높이 올라 별이 되기를
우주로 전송되는
늦은 수신호에 두 손 모우며
아름다운 비상 꿈꾸는 밤
환호하는 세상의 중심으로
밀어 올리는 공중부양의 힘이다
그것은 드센 바람이 아니라
은유의 별빛 찾아가는 바람이다
그 만남 풍등 속에 피는
따뜻한 가슴 고동 같은
성스러운 불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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