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가을을
무심코 지나치던 날
우연의 약속도 없이
부딪힐 때마다 부끄럼 없이
우수수 잎 떨구는
한 그루의 여자가 있었지
잎처럼 떨며 사는 일
다 잊고 싶다며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던 순정도
껍질 채 벗어버리고 싶었다니
어깨를 깎는 극한을 견디며
골똘히 도취되어 가는
늦가을 일몰의 들녘
낭자한 하늘에 손가락으로
기러기 몇 줄 풀어 논 것처럼
빚진 세상 차용증서 위에
갚지 못한 시를 쓰며
다 벗어버린 단호한 정신
혹독한 북풍의 형벌
비탈진 그리움을 딛고
알몸으로 부딪혀낸 상처까지
그대 앞에 당당하고 싶은
나목의 여자
그 여자의 나목
우연의 약속도 없이
부딪힐 때마다 부끄럼 없이
우수수 잎 떨구는
한 그루의 여자가 있었지
잎처럼 떨며 사는 일
다 잊고 싶다며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던 순정도
껍질 채 벗어버리고 싶었다니
어깨를 깎는 극한을 견디며
골똘히 도취되어 가는
늦가을 일몰의 들녘
낭자한 하늘에 손가락으로
기러기 몇 줄 풀어 논 것처럼
빚진 세상 차용증서 위에
갚지 못한 시를 쓰며
다 벗어버린 단호한 정신
혹독한 북풍의 형벌
비탈진 그리움을 딛고
알몸으로 부딪혀낸 상처까지
그대 앞에 당당하고 싶은
나목의 여자
그 여자의 나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