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 5집

겨울나무의 온유 5

서문섭 2021. 1. 17. 14:43

그는 말이 없습니다

바람이 붙잡고 소리치며 흔들어도

허공에 온몸 스치는 바람의 비명뿐

가지 꺾이고

핏빛 발부리 드러나도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시린 날 나뭇잎 다 지고

벌거벗은 겨울 강 건너

봄이 다시 찾아들면

더 푸른 잎으로 팔랑일 것입니다

그는 알고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입은 많은 상처도

시간이 흐르면 일어나는 소중한 삶이

검붉은 등걸이 된다는 것

그는 하늘 향해

빈 팔 벌리고 있습니다

새 깃들이고 다람쥐 뛰노는

시원한 그늘 주는

더 큰 온유를 위해 

 

'2020 제 5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소사에서 5  (0) 2021.01.17
12월의 결산 5  (0) 2021.01.17
호접란  (0) 2021.01.17
푸른 생각 5  (0) 2021.01.17
마복산 5  (0) 2021.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