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 5집

내소사에서 5

서문섭 2021. 1. 17. 15:06

저 묵묵한 산 그림자

푸르름은 홀연히

마른 몸 풀어 내리고

지친 생의 속박 벗어나

순명順命에 거역할 수 없는

시린 영혼을 사른다

고행의 가을 산에서

훨훨 떨치고 가는

소멸의 시간 속으로

옮겨붙은 불꽃

장엄한 내소사에 *홍안들이

능선과 산길 오르내리며

*제행무상諸行無常 법칙으로

심연의 슬픔 태우듯

산불로 번져가고

광배光背 꽃 눈부신 산화

병든 영혼 불사르며

손짓하는 비갈碑碣로 앉아

윤회의 수레바퀴를 타고

생성生成하는 우주 속에

입적하는 가을 산이여

*젊어 혈색이 좋은 얼굴

*삼라만상이 늘 그 모습대로 있지 않고 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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