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묵묵한 산 그림자
푸르름은 홀연히
마른 몸 풀어 내리고
지친 생의 속박 벗어나
순명順命에 거역할 수 없는
시린 영혼을 사른다
고행의 가을 산에서
훨훨 떨치고 가는
소멸의 시간 속으로
옮겨붙은 불꽃
장엄한 내소사에 *홍안들이
능선과 산길 오르내리며
*제행무상諸行無常 법칙으로
심연의 슬픔 태우듯
산불로 번져가고
광배光背 꽃 눈부신 산화
병든 영혼 불사르며
손짓하는 비갈碑碣로 앉아
윤회의 수레바퀴를 타고
생성生成하는 우주 속에
입적하는 가을 산이여
*젊어 혈색이 좋은 얼굴
*삼라만상이 늘 그 모습대로 있지 않고 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