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이나 되는 봉우리에
바위 꽃인지 이끼꽃인지
바람에 살부비며
아롱 아롱 피었다
봄볕 게릴라처럼 숨어든
편백이 울울창창
얼음 녹아흐르는
눈석임 소리 어릿어릿한 길
자분자분 걸으며
꽃봉오리 지우듯 지나간다
팔영의 기이한 산 준령이
하늘 강 건너는 징검다리로 보이다가
이따금 얼핏 연꽃숭어리로도 보이니라
신비한 이방인의 눈처럼
해창만의 푸른 눈빛과 마주치며
먼 산 단숨에 달려오는
선녀봉 유영봉 살짝 지나서
귀에 익은 옛 관악기 생황 소리 접한다
어느 신선이 내려와 입맞춤 했을까
파르르 떨리거나 걲어지며
열일곱 대통 속 흐르는 생생한 울음
그 소리에 내가 어이
애잔한 마음이 없을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