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산문시(自由, 散文詩)

神의 옹골진 산

서문섭 2021. 1. 31. 16:21

이 산을 딛어 사람을 바라다보는 나의 잘못된 간절함이

숲에서 거센 바람을 일으키게 했고 산수도 흐리게 하였다

이 산의 숲을 향한 잘못된 허세로 인해

유희로 믿어왔던 가닥 없는 마음,

이제 남김없이 훌-훌 벗어버리고

적신으로만 서 있을 순수함 어디에서라도 찾아야 하지 않겠나

잘난 척 자만을 떨어대며 젊음이 영원하리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산을 온통 흙비로 흩뿌리게 했던 지난날의 행위들이야말로

밧줄을 타며 곡예를 하려는 어릿광대와도 같은

꾀죄죄한 옷차림에 너울대는 한낱 춤사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은 깨달아지게 되는 것 같다

세월을 너무 많이 허비했던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이

아직은 낯선 길이라서 지휘봉 끝은 무딤일 런지

나이도 잊은 채 힘을 과시해 보려는 문외한인의 오욕이 될지

이도 저도 아니면 무지에서 비롯된 아집과 교만에 사로잡히게 될 런지

장담하지 못할 나의 앞길에 은근히 두려움마저 들게 한다

어찌하여야 좋단 말인가 두렵고 떨리기만 하는데,,

무릎을 꿇고 조용히 나를 돌아보며 기도하여 본다

소리 없이 들려오는 나지막한 감동인즉슨

세 개의 못으로 살을 찢는 망치 소리가로 들리는 것 같았다

애써 끄덕여 맞을 거라 생각을 하면

"그래그래 그 말이 맞네 ''

자신을 낮추지도 못한 어리석은 자처럼

저리 높고도 푸르른 높은 첨탑에 올라 우뚝 서서

나 자신 마냥 겉 노래만 청정하게 불러야 하는 건가

숲에서 조용하게 흐르는 물소리나 만들고 순풍을 만들며

하늘 맑히는 새 푸르름 더불어

산새 깃들일 안식처 만드는 일은 언제까지 늦출수 있을지"""

신神의 산을 감상하는 것도 좋으나

이왕지사 올라섰다면 그 산의 체취를 직접 느껴보는 것도

옹골진 산을 더 푸르게 가꾸는 일이 아닐까 한다

비록 낮지만 골이 깊어 중후하며

평범하지만 올망졸망 다양하여 겸손하다 할지

정작 정상에서의 장쾌한 위엄은

자신을 쉽게 내어주는 포용력에

결코 처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 것 같았다

죽은 자처럼 달콤한 치사량에 취해

있는 듯 마는 듯한 알의 썩은 밀알로 남길 바라리라

그리고 영광을 받으실 찬양이 끊어지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질 때

비로소 나는 화음을 지켜내는 수문(水門)자가 되었다 하지 않겠는가

산세가 있고 조망이 있는 산

호산나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산

무릎을 꿇어 비손하는 마음

찬양이 메아리치는 아름다운 산이 되기를 꿈꾸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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