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산문시(自由, 散文詩)

갈치조림

서문섭 2019. 12. 6. 23:18

 

저것 좀 사면 안 돼?

장을 보러 마트에 갔을 때 손짓을 하며 나는 속삭였다

뭐요?

아니 저거-

내가 가르키는 것은 은빛깔 윤기나는 싱싱한 갈치였다

네 마리 한 묶음도 있고 다섯 묶음도 있는데

색깔을 보아 여간 싱싱하지 않을 터...

저거?

저 갈치 말인가요?

응 나  저 갈치 지져 놓은 것 무진장 좋아하지 않나!

우리는 갈치 약간을 샀다

맛있다 먹고싶다  웬 입이 걸어서일까

어느 무엇이든지 별 가리는 음식이  없으나

분위기에 따라 유별나게 특별히

또 좋아해지고 싶은 음식이 경우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우리들 인생이 다 그런 것 같다

김일지의 소설 타란툴라에 나온 것처럼

갈치를 좋아하지 않은 한

별 좋아 하지도 않고 먹지 않으면서도 갈치고기를 사 주었다고 한다

물론 소설의 주인공처럼 갈치는 그녀가 좋아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래도 제가 먹을 수 있도록 요리를 해 주는 그녀는

다행인지 그 요리만은 남달리 좋아하지를 아니 하던가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갈치조림을 만들었다

예닐곱 가지의 맛깔스런 반찬이 먼저 상을 채웠다

도토리묵 멸치볶음 검은콩볶음 배추김치 열무물김치...등등

주로 토속적인 반찬들이라 편안하다

냄비 가득 갈치조림 냄새가 구수하다

갈치맛에 맛들여진 호박도 듬성듬성 맛에 동참을 한다

갈치 한 토막을 집어든다

제법 크고 두툼한 게 살집이 넉넉하다

한 입 발라 먹는다

그리고 호박 한 술 떠서 가미를 시킨다

들큼하고 고소한 살이 부드럽게 혀를 감싼다

연안 앞 바다가 입 안에서 푸들푸들 살아 오르는 것 같다

맛있게 먹어 본다

도란도란 부부끼리 발라 먹는 품이 오래된 연인처럼 다정스럽다

갈치가 맛있는 철이다

요즘 갈치는 담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란다

그래서 부부끼리 서로 발라주며 오손 도손 먹으면

금실이 소록소록 피어난다는 음식이 갈치요리인가 보다

타란툴라의 여주인공,,,

남자에게로 향하는 사랑의 상징이

바로 갈치 란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닐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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