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첫사랑 보일 듯 말듯 안개비야
빗물이냐 눈물이냐 는개비야
서문섭 색소포니스트가 슬픈 곡조로
비와 당신을 연주하는 듯한 보슬비야
모내기하던 무논 자리
거북등처럼 갈라진 논에
지독하게 오기싫어 올랑가 말랑가
석 달 가뭄에도 망설이던 가뭄비야
일 년 농사 흉년 든 가실 끝내고
추녀끝에 쭈그려 앉은 큰 머슴
세경 달라던 구슬비야
그치라고 호통친다 그치더냐 장마비야
이산저산 꽃다진다 휘몰아치던 싸리비야
이쁜사람 있어라고 잡고 늘어진 이슬비야
미운사람 등떠밀어 가라던 가랑비야
비 새는 골방에 숨어 훌쩍훌쩍 울던비야
임 떠난 빈방에 울먹울먹 그치던 비야
매매 들던 아이 뚝 그치던 호랑비야
봄볕 양지에 앉아 이 잡던 홀아비야
간장독 된장독 뚜껑 닫거라 소낙비야
처갓집에 닭잡듯이 몰아치던 마구비야
구멍난 술잔 철철 차고 넘쳐
줄창 따르던 딸구비야
연분홍 치마 봄 흩날리던 벚꽃비야
삐질 건가 홀칠 건가 임 사랑 어루고 달래
원앙금침 바늘귀 꿰어 시침질하던 고운비야
누워서 놀까 이 밤을 샐까
은실 금실 수놓던 비야
가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