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와 참새

비야 내려라---ㅇ

서문섭 2022. 8. 17. 16:02

희미한 첫사랑 보일 듯 말듯 안개비야

빗물이냐 눈물이냐 는개비야

서문섭 색소포니스트가 슬픈 곡조로

비와 당신을 연주하는 듯한 보슬비야

모내기하던 무논 자리

거북등처럼 갈라진 논에

지독하게 오기싫어 올랑가 말랑가

석 달 가뭄에도 망설이던 가뭄비야

일 년 농사 흉년 든 가실 끝내고

추녀끝에 쭈그려 앉은 큰 머슴

세경 달라던 구슬비야

그치라고 호통친다 그치더냐 장마비야

이산저산 꽃다진다 휘몰아치던 싸리비야

이쁜사람 있어라고 잡고 늘어진 이슬비야

미운사람 등떠밀어 가라던 가랑비야

비 새는 골방에 숨어 훌쩍훌쩍 울던비야

임 떠난 빈방에 울먹울먹 그치던 비야

매매 들던 아이 뚝 그치던 호랑비야

봄볕 양지에 앉아 이 잡던 홀아비야

간장독 된장독 뚜껑 닫거라 소낙비야

처갓집에 닭잡듯이 몰아치던 마구비야

구멍난 술잔 철철 차고 넘쳐

줄창 따르던 딸구비야

연분홍 치마 봄 흩날리던 벚꽃비야

삐질 건가 홀칠 건가 임 사랑 어루고 달래

원앙금침 바늘귀 꿰어 시침질하던 고운비야

누워서 놀까 이 밤을 샐까

은실 금실 수놓던 비야

 

가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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