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

시간 죽이기

서문섭 2023. 1. 13. 07:28

나의 해와 달이 만든 시간 속에

툭! 하고 뛰어든 것은

꽃이 피는 봄이었다

 

나의 봄은 나도 모르게 꽃이지고

시간은 나를 불러 노예처럼 부렸다

 

지친 나는 시간을 밀어내고

죽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내가 버리고 죽인

시간들이 살아서 날 찿아와

왜 날 버렸느냐며 학대하고

나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나는 살아있는 시간들에게 말했다

 

‘머지않아 해지고 밤이오면

빛났던 날들이 나를 부르겠지만

시간만 잡아먹는 질병과

허무한 일들이 떠나기 전에

감사로 살겠노라고,

 

감사와 열정은 한 몸이니

비로소 나는 시간을

먹지 않고 살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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