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

숲속에서

서문섭 2023. 1. 13. 07:20

바람꽃 아래 누운 바다처럼

나는 은하에서 내린 이슬과

푸른 향기에 젖어

사르르 눈을 감는다

 

뼛속까지 푸름이 스며들면

어릴 적 어머니 마음에 젖고

어디선가 밀려오는 옛이야기들이

가지에서 작은 몸짓으로 흔들리고 있다

 

귓가에 스치는 너의 목소리는

풀숲의 날갯짓으로 날 부르고

산지기인 양 멀리서 지켜보는

쫑긋 세운 노루의 귀와 눈빛

그윽할 때

나는 조금씩 흙 바위가 되어

이름 모를 나무와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

 

산울 병풍 사이로 열린 끝에서

나는 하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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