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온 글

묶인 배/고안나 그 外

서문섭 2024. 3. 11. 11:39

묶인 배

 

저 힘에 잡혀

설마 하는

저 작은 힘에 붙잡혀

몸 어루만지는 물결에

한바탕 뒹굴고 싶은데

그 물결 데리고

끝없이 유랑하고 싶은데

자유 박탈한 저 힘을 어쩔꼬

나 놓아다오

결박 풀어다오

배 물결 나의 힘

감각은 살아

지구 밖으로 갈 것이다

갇힌 생각 알지 못했던

그대 먼 하늘로

진달래

뉜들 야성의 소리 듣지 못하리

나는, 아이의 살냄새처럼 향기롭고

여인의 옷자락처럼 나긋나긋하지

손에 쥔 시간 너무 짧아

하룻밤에 오리 아니면 또 오리

구불구불 산 기루 오르며

잡은 손 꼭 잡고 산자락 점령 중

나는 쓰디쓴 맛 알지

얼굴 붉히지 않아도

내 앉은 자리는 온통 핏빛

그렇다고 몽상가는 아니지

그냥 한 아름 얼싸안고

아리랑고개 잘도 넘고 싶은 바람이지 

얼굴 무늬 수막새 

박꽃 같은 얼굴이

와당 속에 피고 있습니다

한 손으로 턱을 괸 듯 손때 묻은 얼굴

알 듯 말 듯 이어지던 전설처럼

뒤안길에서 서성이던 천년 세월

시간이 지워내는 흔적 잃어버릴까

은근한 웃음 띤 표정입니다

 

세월의 몫으로 접혀진 반쪽

돌꽃 같은,아이들 얼굴 같은

미완성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한 생生 마름질 하는 희미한 꿈길 어디쯤

무명치마 저고리 풀어헤치던

살폿한 미소

반쪽이 더 아름다운가 봅니다 

거짓말 

괜찮다 괜찮을 거다

속고 속이며 삽니다

내가 나를 속이니

사는동안  주름살만 늡니다

세월은 그저 태연하기만 한데 

나만 속는다고 동동거리며 바쁩니다

내 말에 내가 속아

스스로 위안을 받습니다

 

잘될 거다 

잘 될 것이다 속이다 못해

이제 체면을 걸면서

정말 괜찮은 듯

정말 잘 된 것처럼

잘도 속아 삽니다

달리 방법 없을 때에는

아주 나쁜일도 아닌 듯싶습니다

오늘도 속고

내일도 속다보면

정말 그런 날 오겠지요

체면치레라도 할라치면

정말 괜찮은 날 오겠지요

이 말에 또 속더라도

이것이 인생이려니 하는 믿음입니다

산山

자는 듯 죽은 듯

태연하게 누어
한 세상 꿈이라도 꾸시는가

 

낮달 하나 , 난파선처럼
떠다니는 하늘 바다 위
구름송이 따로 또 같이
몰려다니는데
정령, 들을 말 없는 듯
입 닫고 귀 닫은 채 천년
꿈틀거릴 때마다
속울음으로 만년

 

가면 돌아오지 않는 사람
그 뒤의 일은
아무도 모른 채
갇힌 세월 속에 애간장만 

녹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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