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기게 하세요
아품도 오겟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가 갈 거에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춘분
밤중에 봄비가 다녀갔나 보다
마당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
잠결에도 비 오는 소리 못 들었는데
굴뚝새만 한 작은 새가 앉았다 날아가자
숨어있던 빗방울 몇 알이
아래 가지 위로 톡톡톡 떨어진다
삐쫑 빼쫑 혀를 내밀어 그걸 핥아먹고
입술을 훔치는 모과나무 꽃송이가
푸르게 반짝인다
오늘은 묵은 빨래를 해야겠다
약 냄새 밴 옷들도 벗어야겠다
'빌려온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나태주 사는 법 外 (0) | 2024.07.10 |
---|---|
별/양광모 (0) | 2024.07.10 |
나그네/박목월 (1) | 2024.06.15 |
묶인 배/고안나 그 外 (0) | 2024.03.11 |
침묵/주워온 글 (0) | 2023.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