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온 글

그냥 두세요/도종환 그 外

서문섭 2024. 6. 15. 15:45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기게 하세요

아품도 오겟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가 갈 거에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춘분

밤중에 봄비가 다녀갔나 보다

마당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

잠결에도 비 오는 소리 못 들었는데

굴뚝새만 한 작은 새가 앉았다 날아가자

숨어있던 빗방울 몇 알이

아래 가지 위로 톡톡톡 떨어진다

삐쫑 빼쫑 혀를 내밀어 그걸 핥아먹고

입술을 훔치는 모과나무 꽃송이가

푸르게 반짝인다

오늘은 묵은 빨래를 해야겠다

약 냄새 밴 옷들도 벗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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