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木花 詩)

사월 어느 날

서문섭 2024. 4. 22. 19:29

늙은 목련 나무 밑에 앉아

겹겹이 포개 입은 꽃으로 들어간다

아는지 모르는지

세상을 들어 올리는 목련꽃

힘에 부친 탓일까

손에 쥔 치맛자락 휘청

달갑지 않은 황사 탓에 얼룩진 꽃잎들

너덜너덜 찢어진 치마처럼 훌훌 벗는다

차마 어찌할 수 없는 일

거무죽죽한 살갗들,

땅바닥 뒹굴다 여기저기 버려진 분신들

 

오! 눈부신 때도 잠깐

봄날도 순간

병상에 누어 빤히 올려다보시던

구순 엄마도 그랬다

서둘러 발길 돌리는 길목

애 터지게 봄비가 울어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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