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木花 詩)

목련 연가/

서문섭 2024. 4. 8. 10:14

요양병원 침대에 앉아

거울 엿보시던 울 엄니

아들 온다는 소리 접하시고

연지를 찍으시려나

창밖 자목련처럼 환하게 앉아서

창문 밖 봄기운 불러 모으시네

 

"올 때가 되았는디

차가 많이 밀리는 갑다

아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냐

오다가 그냥 돌아 갔으까"

 

그러다가 슬며시 잔 눈을 감으신다

 

바쁘다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랜만에 찾아가 뵈오면

아들 왔다 좋아하시다가

또 아니 서러워 우시다가

목련꽃 떨어지듯 봄은 그렇게 가버리고,

 

"젊어서 재미있게 살어라

이발도 하고 면도도 좀 해라

늙으면 꾸며봐야 쪼그라든 양판때기다

저 아름다운 목련도 한때지"

 

떠나시고 없는 자리 소리치고 불러본들

다시는 볼 수 없는 주름진 얼굴

봄은 우리 곁에 왔으나

볼 수 없는 얼굴은 어디에서나 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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