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야할 때를 놓쳐버린
봉투 속에 졸고 있는 씨앗들
어둠 속에서 살아 남아 참 미안탄다
발 없고 손도 없는 저것들이
아직 바깥구경을 못했대
꿈 꾸는 듯
딱딱한 생각에 사로잡혀
가는 세월 알까만
손 가지 않은 봉투 속에서
얼마나 중얼중얼 했을까
땅에 뿌려주지 않으면
저 속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쾌청하고 부드러운 햇살이 아까워
흙을 파 골을 내기 시작했다
방천 둑 같기도 하고
무덤 같기도 한 그 자리에
햇살이 먼저 뛰어 들었다
아닌데 그게 아닌데~
임자 따로 있는 그곳에
쏜살같이 점령하는 이것도
함께 파묻어 주기로 한다
방생하듯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알쏭달쏭한 씨앗들
알약 통에 들어있는 약처럼
이름도 성도 함께 매장을 한다
상추 배추 무 쑥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