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木花 詩)

생명의 씨앗

서문섭 2024. 5. 31. 21:29

묻어야할 때를 놓쳐버린

봉투 속에 졸고 있는 씨앗들

어둠 속에서 살아 남아 참 미안탄다

발 없고 손도 없는 저것들이

아직 바깥구경을 못했대

 

꿈 꾸는 듯

딱딱한 생각에 사로잡혀

가는 세월 알까만

손 가지 않은 봉투 속에서

얼마나 중얼중얼 했을까

땅에 뿌려주지 않으면

저 속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쾌청하고 부드러운 햇살이 아까워

흙을 파 골을 내기 시작했다

방천 둑 같기도 하고

무덤 같기도 한 그 자리에

햇살이 먼저 뛰어 들었다

 

아닌데 그게 아닌데~

임자 따로 있는 그곳에

쏜살같이 점령하는 이것도

함께 파묻어 주기로 한다

 

방생하듯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알쏭달쏭한 씨앗들

알약 통에 들어있는 약처럼

이름도 성도 함께 매장을 한다

상추 배추 무 쑥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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