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木花 詩)

동백

서문섭 2024. 8. 23. 14:00

동백꽃도 절명의 끝에서라면

모가지 꺾어 바치는지

싸늘한 죽음 맨바닥에서

붉은 장례행렬이 이어진다

 

생의 마지막을 여는

꽃상여 지나가는 이른 봄날

긴 한숨으로 뱉어낸

끝없도록 밟히는 떨기들

 

목숨보다 더 붉은 사랑

지레 떨치고 가는 흔적들을

나,

차마 밟지 못하겠더라

 

산산이 흩뿌려진

큰 울음 토하는 길

발뒤꿈치 사푼 들어올려

두 발로 쩔룩쩔룩

깡창거려

짤똑 짤똑이 디뎌 지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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