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木花 詩)

봄꽃을 보며

서문섭 2024. 11. 12. 18:24

봄이 찾아든 남녘에

봄꽃이 한창입니다

흐드러진 하얀 꽃

앙증맞은 노란 꽃

노랫말 같은 연분홍 꽃

양지바른 산길이나

모롱이 가파른 길섶

층층 비탈진 비알길에

봄꽃마다 가슴 시퍼런 사연으로

모진 설움 서리서리 맺혔을 텐데

나를 보고

활짝 웃어주는 미소가

왜 이리 곱고 선한지

 

내력 없이 가슴만 설렙니다

내 일생 겪어보지 못한 고뇌

여인네의 산통처럼

말로만 듣던 죽음의 문턱을

섭리로 받아들인 꽃잎마다

절절히 곱고 아름다워서

차라리 눈물겹습니다

 

이따금 시샘 바람이

꽃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꽃들은 나지막이 웅크리며

저마다 고운 빛깔

흔들리지 않으려

서로 가슴을 부딪치듯

또랑또랑 미소를 짓습니다

 

아! 이 아슴푸레한 냄새

그 안에 안고 싶어지는

아리따운 봄꽃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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