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 5집

낙엽

서문섭 2024. 9. 20. 11:14

높아진 하늘이 야속해

소리내듯 울음으로 굴러갑니다

 

바람이 때리는 죽비를 맞고

생의 경계를 넘은 속살까지 

나를 붙들고 울고 갑니다

예기치 못한 폭우에 찢긴 마음

심장에 새겨놓은 바람의 *탁본拓本을 들고

부끄럽지 않게 가려 합니다

 

가을이 얼마나 외로운지 몰랐던

푸르른 날이 채색되어

내 마음속 수채화 한 폭이 걸립니다

낙엽이 구르며 바스락거리는 것은

아프다고 우는 소리

참았던 울음 은유로 고백하는 중이랍니다

 

금방 떨어질 것 같은 대롱거리는 설움

기약 없이 에돌아 부는 바람에

내가 쓸쓸히 떠도는 낙엽 됩니다

 

*종이에 그대로 박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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